삼성전자·SK하이닉스, 어닝쇼크에도 주가 올라
주가 예측하기 어렵다 …운용역은 롱숏전략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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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어닝 시즌'(실적발표 기간)에 들어서며 다수의 기업이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악재가 '선반영'된 탓에 주가 변동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닝쇼크로 인한 주가 하락도 점치기 어려워지면서 주식형 펀드매니저들의 매수(롱)·매도(숏) 전략에 대한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년간 주가 하락세가 상당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연초부터 훨훨 날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10%, 13% 올랐다. 두 종목 모두 올해 들어 주가가 하락한 날은 3일뿐이었다. 주가 상승세를 탄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적자가 예상되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선 실적 악화가 주가에 선방영됐고 향후 업황 기대감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어닝쇼크로 삼성전자가 설비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삼성전자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설비투자(CAPEX) 감소→전방산업 재고 축소→반도체 수요 재차 증가'로 업황이 회복되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전자는 지금껏 설비투자 감소를 한 적이 없지만 이번 어닝쇼크로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스코홀딩스와 같은 철강업종도 4분기 실적 기대감이 낮지만 향후 업황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오며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예컨대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들어 주가가 14%나 뛰었다. 국내 철강기업의 주된 시장인 중국에서 코로나 팬데믹 확산이 멈추면서 철강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 영향이다.
반면, 방산주와 같이 호실적이 전망되며 '호재'가 선반영된 업종은 주가 오름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방위산업 기업들은 유럽 등으로 수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자, 작년 하반기에 주가가 고공행진한 바 있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은 각각 작년 12월, 11월에 3개월 주가 고점을 찍은 뒤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시황 연구원은 "최근 자산운용사 주식운용역들은 종잡을 수 없는 주가 흐름에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어닝쇼크 난 기업들의 주가가 예상보다 잘 버티는 반면, 호재가 있던 기업들의 주가는 오름세가 꺾이면서 시장이 '왜 이러는 거냐'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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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불확실성이 큰 탓에 종목장세가 이어지며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금리인상기가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코스피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지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에 대해서 경계감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게다가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4분기 실적을 예측하기 더욱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해의 비용을 정리하며 일회성 손실이 많이 반영되는 시기라는 설명이다. 특히 4분기에 재고자산평가손실, 대규모 성과급 등으로 인한 비용 처리가 빈번하다. 업황 개선 기대감이 있다고는 하지만 증권가의 예상보다 4분기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도 높은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실적발표 기간에 주가를 예측하는 게 녹록지 않은 일이지만, 매크로 불확실성이 워낙 높은 구간이다. 최근엔 낙관적인 분위기로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변동성이 크다. 또, 4분기는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얼마나 비용 처리를 할지 가늠이 안 돼 롱숏 전략을 짜기 더욱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주가를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자산운용사 주식운용역(펀드매니저)들은 매수(롱)·매도(숏) 포지션 설정을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롱숏 전략, 차익거래, 드리븐(이슈매매) 등 헤지펀드 전략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데 롱숏 전략이란 저평가된 주식을 사들이고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리거나 지수 선물을 매도하는 방식을 말한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도 "증시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고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면서 주가 흐름이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저점 매수·고점 매도를 파악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며 "현재 코스피도 예상보다 빨리 올라온 감이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