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각선 '연착륙-골디락스' 기정사실화...전망 대전환
기준금리ㆍ인플레이션 민감도 낮아지고 고용도 안정
연준 2월 25bp, 3월 인상 중단 확인하고 PMI 반등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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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해 벽두부터 증시가 심상치 않다. 코스피지수는 1월4일부터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장중 한때 24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지난 연말 '상저하고' 전망에 맞춰 세워놓은 운용 전략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유동성과 기대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암호화폐는 연초부터 랠리를 시작했고,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호황)를 언급하고 있다.
대체 두 달 사이 무엇이 바뀐 것일까.
지난 14일 미국 미시건대는 1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가 64.6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직전 수치인 59.6은 물론, 1월 전망치 60.7을 크게 웃도는 '서프라이즈'(놀라운 예상치 상회)였다. 12월 물가지수(CPI)가 예상과 부합되며 안정된데다, 미국 고용이 견조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경기 체감도 한결 나아진 덕분으로 해석된다. 이에 힘입어 미국 증시는 상승했고, 국내 증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기준금리 및 물가지수에 대한 민감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공개된 지난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은 '2023년 금리인하는 없다'며 매파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 연준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꿔 피벗(Pivot;전환)에 나설 거라 예상하는 시각은 크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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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신 증시는 연준의 이런 고집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대세가 됐다. 최근 미국 선물시장에서 2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25bp(0.25%포인트) 오를 거라는 전망은 최근 1주일새 78.7%에서 91.2%로 급등했다. 50bp 인상 확률은 21.3%에서 8.8%로 줄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낮아질 거란 전망이 기정사실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한국은행도 1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며 '베이비 스텝'으로 보폭을 바꿨다.
이를 두고 KB증권은 "앞으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이 아닌, 보유한 주택저당증권(MBS) 축소를 통해 유동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이런 MBS 매각이 사실상 추가 긴축의 마지막 단계"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증시를 힘겹게 한 '긴축발작'이 끝나고 인플레이션 하락 기대감이 점차 반영될 것이란 해석이다.
물가지수에 대한 시장의 발작적인 반응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연준이 연초부터 이제는 고용 대신 CPI를 본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이미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이라며 "지난해 CPI 피크아웃(고점 후 하락)에도 주거비와 고용을 핑계대며 금리인상을 이어가던 연준이 고용대신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시건 소비자심리지수 중 1년 인플레이션 전망은 지난해 12월 4.6%에서 올 1월 4.0%로 떨어졌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12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 역시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5.0%로 11월의 5.2%보다 하락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임금 상승에 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물가는 물론, 임금 인상 압력도 빠르게 낮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올해에도 지속될 거란 우려 속엔 '고용 시장의 과열로 인해 임금 인상폭이 커질 것'이라는 논리가 포함돼 있었는데, 이 논리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때 아닌 골디락스 논란도 이런 바탕에서 제기된다. 미국 증시 대표지수인 S&P지수는 연초 이후 5%가까이 오르며 4000선 문턱까지 돌아갔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구리 가격은 톤당 9000달러를 넘어서며 7개월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물가와 임금 급등세가 진정되고 실업률은 안정적이면 연준이 고금리를 오래 유지할 필요성이 없어지고, 이를 통해 제조업 경기가 좋아지면 '경기 연착륙'에 이어 이전 같은 안정적 성장이 가능해질 거란 주장이다.
두 달 전의 '상저하고' 시나리오는 매파적 기준금리 정책으로 인해 올 상반기 경기가 저점을 찍고,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거란 전망에 기반하고 있었다. 경기 경착륙보단 연착륙(약한 침체후 반등)에 무게가 실리고, 물가와 금리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낮아지며 자연스레 전망도 바뀐 것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이는 확신할 수 없는 기대감에 불과하다는 반박이 나온다. 우선 미국 연준이 2월 FOMC에서 정말 25bp 인상에 그치고, 3월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기준금리 인상이 거의 끝나간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지만, 2021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이들은 '2022년 금리 인상'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하이투자증권은 '상고하저'를 제시한 연초 레포트에서 ▲금리 인상 종료만으로 미국이 재고를 다 털어내고 침체의 위기를 넘어설지 ▲중국이 코로나 방역 해제만으로 수출 감소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유럽이 가스위기를 넘긴 것만으로도 수요를 회복할 수 있을지를 이후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
지난해 4분기 주가가 많이 빠졌는데 미국에서는 금리인상이 멈추고 중국은 리오프닝에 들어가니 상반기에는 증시가 오르겠지만, 하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의 다음 국면을 예측할 변수로 미국 ISM(공급자관리협회)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를 꼽는다. 현재 PMI는 50선 아래로 내려가 '경기수축'혹은 '침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지수가 반등하면 미국이 경기 반등 모멘텀을 탈 수 있게 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 바닥은 예측하기 어렵다. 현지시간 16일 JP모건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미국 PMI 제조업 지수에 따라 추가 하락할 것이며, PMI 지수는 이미 많이 떨어졌지만 반등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