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인 시장 분위기에 FI도 '반대'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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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의 이커머스 자회사인 11번가가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11번가는 상장 절차를 연내 마무리하려는 의지를 줄곧 비쳐왔으나 꺾여버린 IPO 시장 분위기에 강행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이하 예심) 청구서를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11번가는 지난해 8월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대표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해 IPO 작업에 착수해왔다. 다만 상장 계획 철회와 관련해 SK스퀘어 측은 "현재까지 확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11번가는 당초 올해 9월 30일까지 상장해야 했다. 2018년 SK플래닛으로부터 분사한 직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그리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가 참여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가량을 투자받으며, 해당 기한 내 상장키로 약속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2조7000억원을 인정 받았다. 11번가는 FI들에게 기한 내 상장을 하지 못하면 대주주인 SK스퀘어의 지분까지 묶어 팔 수 있는 드래그얼롱(Drag-along) 조항도 포함했다.
주주간계약에 명시한 상장 기한을 역산하면 11번가는 올해 1분기 안으로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심 청구서를 제출해야 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통상적으로 예비심사부터 최종 상장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된다.
최근들어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기 어려워진 IPO 시장 분위기에 국민연금 등 일부 FI들은 상장 강행에 반대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에선 상장을 하더라도 투자성과 지표인 내부수익률(IRR) 측면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IPO 시장 침체기가 지속되면서 금년 들어 상장을 계획하던 기업이 상장 추진 자체를 망설이는 모습이 다수 연출되고 있다. 올해 상장이 기대됐던 컬리는 상장을 철회했고 골프존카운티도 상장 계획 재수립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