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찾아 대통령도 기업도 중동으로 가는데…소외된 금융사
입력 2023.01.27 07:00
    기업들 너도나도 중동으로
    유동성 부족 속 '오일머니' 가치 부각
    금융사들은 동남아에 발목 잡혀
    중동까지 신경 쓸 겨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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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제2의 중동 붐'이 불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영업사원'이라 칭하며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동을 찾았다. 대기업, 중소기업, 경제단체 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금융사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아직까지 금융사들은 '오일머니' 행렬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7일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저는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고 말하며 국내 기업인들과 만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해당 자리에서 "공무원은 늘 기업에 대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며 "저도 공직에 있다는 생각보단 기업 영업부서나 기획부서의 직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영업사원을 자처할 정도로 '오일머니'의 파워는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방문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단 하루만에 국내 기업들과 40조원 규모에 달하는 계약 및 사업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네옴시티 테마주란 말이 나올 정도로 주식시장도 들썩거렸다.

      UAE에는 101개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해서 3000억달러 투자유치, 48개 양해각서(MOU), 원자력발전 추가 협력 및 제 3국 원전시장 공동진출 합의 등을 했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투자유치에 혈안이 되어있다면 상대적으로 금융사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금융사들의 격전지는 현재 '동남아시아' 정도지 중동까지 확장하고 있지는 않다. 동남아시아에 적극적으로 진출은 했지만, 아직 자리를 잡는데 애를 먹고 있다. 중동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한 은행 임원은 “동남아시아 진출에는 공을 들이고 있지만 중동까지 확장은 못하고 있다”라며 “일단 동남아시아에서 자리를 잡는게 급선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사들은 중동시장 문을 적극 두들기고 있다. 그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들이 조성한 국부펀드 자금들이다. 중동 국부펀드는 2008년 붐을 맞은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유동성을 찾아 글로벌 금융사들은 중동 국부 펀드의 문을 두들겼다. 당시는 중동 국부펀드가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시점이라 경험도 인력도 부족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이들 국부펀드는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글로벌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랍에미레이트의 무바달라, 사우디아라비아의 PIF, 카타르투자청이다. 이들은 투자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전문화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은행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전략적 파트너들을 찾아주고 자금을 중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나마 국내에선 사모펀드들 정도가 중동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정도다. 지난 2021년 IMM인베스트먼트글로벌이 중동 VC 쇼룩파트너스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나다 펀드 1호)를 조성하면서 중동 시장에 진출했다. 중동에 거점을 두고 있는 쇼푹파트너스는 국내 사모펀드, 대기업, 클라우드 업체 등과 함께 중동 진출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중동 국부펀드를 대상으로 출자를 받고자 하는 사모펀드들의 니즈가 있다”라며 “국내 유동성이 메마르면서 오일머니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동 금융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란 의견을 제시한다. 중동은 금융 리테일 시장이 받달되어 있지는 않다. 특히 투자상품들이 많지 않다 보니 리테일 시장 공략도 가능할 것이란 견해다.

      한 중동 전문가는 “중동 시장에서 금융서비스는 국내보다 낙후되어 있다”라며 “풍부한 오일머니 때문에 투자에 관심이 크지 않았는데 중장기적으로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들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 제공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