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된 자금시장에 '회생절차'…오너 리스크에 평판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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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벤처캐피탈(VC)업계 내 '뜨거운 감자'였던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용사 메쉬코리아의 재무위기가 일단락됐다. 한때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 기업을 꿈꾸던 메쉬코리아는 여느 벤처기업처럼 투자유치가 어려워지며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네이버, 현대자동차, GS리테일 등 벤처기업 투자에 한껏 열을 올렸던 대기업들도 투자처로 택한 이 기업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3년 유정범 의장과 공동 창업자들이 설립한 메쉬코리아는 IT 기반 물류기업을 꿈꿨다. 직접 구축한 물류 서비스를 바탕으로 디지털화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며, 아웃소싱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출범 초기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배달 시장을 선점하며 점유율을 높여갔다.
대기업들도 메쉬코리아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2017~2018년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GS리테일도 메쉬코리아에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2021년말 기준 메쉬코리아 주주는 네이버(18.5%), GS리테일(18.5%), 유정범 의장(14.8%), 현대자동차(8.9%)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2021년 시리즈E 단계 이후 신규 투자유치가 어려워지면서였다. 2021년 말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문사로 선정해 투자유치에 나섰으나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지 못하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리즈E 단계에서 5000억원 몸값이 매겨졌던 메쉬코리아는 후속 투자유치에선 1조원 수준으로 기업가치가 인정되길 바랐다.
얼어붙은 자금시장 때문에 메쉬코리아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았다. 자금난은 가중됐고, 결국 제2금융권에 손을 벌렸다. 메쉬코리아는 창업자인 유정범 의장과 최근 신규 선임된 김형설 대표의 보유 지분 21%를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360억원을 대출 받았다. 유니콘기업을 꿈꾸던 기업이 회생 절차를 밟게 된 발단이었다. 메쉬코리아는 해당 채무를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경영권 매각까지도 고려됐지만, 지난해 11월 유정범 의장은 회생법원에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를 신청한다.
이 지점에서 VC업계가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통상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할 경우 기업이 자체적으로 그 여부를 결정하는데, 법원에 제출된 메쉬코리아의 회생방안은 3가지였다. ▲유진그룹에 매각하는 내용이 담긴 OK금융그룹의 사전회생계획(P플랜) ▲유정범 의장이 주축이 된 ARS ▲김형설 신임대표와 hy(한국야쿠르트)가 주축이 된 ARS 등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두고 채권자, 의장, 대표 등 3자 간의 불협화음이 연출된 셈이다.
회생 이슈는 일단락된 모습이다. 지난 25일 김형설 대표가 이사회를 통해 3자배정 유상증자 우선협상대상자로 hy를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한 데 이어 30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긴급자금(DIP) 지원을 허가받으며 OK캐피탈로부터 빌린 360억원을 상환, 회생 절차를 종결했다. P플랜 결과와 무관하게 회생절차를 끝마칠 수 있게 됐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금 유동성이 충분한 hy가 메쉬코리아 인수 우협 대상자가 되면서 회생법원이 DIP를 허가해준 것 같다"라며 "이마저도 안 되면 벤처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정상화 궤도를 밟는 듯 하나, 아직 잡음은 남아있다. 바로 오너리스크다. 25일 이사회에선, 유정범 의장 해임과 김형설 부사장의 신규대표 선임 건도 통과됐다. 유정범 의장은 이를 무효라고 주장하며 가처분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투자업계 내 유정범 의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유 의장은 2019년 학력, 경력 위조 논란의 중심에 섰고, 최근엔 회사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한 건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유정범 의장 측은 회사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배달 기사들의 m캐쉬 출금을 위해선 회사가 자금을 선보유해야 했는데, 김형설 대표 측이 거래 은행을 상대로 OTP사고 등을 신청, 계좌가 정지돼 불가피하게 수표를 발급받아 변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져 주주들 대부분이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 메쉬코리아를 일종의 '버리는 카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설립 10년 동안 '유니콘 기업 후보'부터 '회생기업'까지 다양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메쉬코리아. 공동창업자 간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새 주인이 될 hy 입장에선 '평판 관리'가 과제가 됐다. hy는 소위 '야쿠르트 아줌마'(프레시매니저)로 대표되는 '라스트마일 서비스'에 메쉬코리아의 퀵커머스 역량을 더해 시너지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VC업계의 냉소적인 시선 뿐만 아니라, 엔데믹 상황에서 배달 대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업황도 녹록지 않다. 배달대행 관련 기업 모두가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기업의 대외적인 평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그간 배달대행서비스 기업으로는 바로고와 메쉬코리아 정도가 고려됐는데, 매번 메쉬코리아보단 바로고를 우선순위로 두는 평가가 많았다"라며 "둘 다 수익이 안 나는 상황에서 차라리 평판이 나쁘지 않은 기업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