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장 앞서 제기한 우려에 '마무리' 격
임추위에 '정답' 요구하는 분위기…"무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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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을 가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일정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임추위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계속 쏟아내며 잡음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장에 이어 대통령마저 "은행은 '공공재'"라는 시각을 드러낸 게 대표적이다. 오는 3일까지 최종 후보를 선정해야 하는 우리금융 입장에선 '정부가 원하는 답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1일 오후 우리금융 임추위는 서울 모처 호텔에서 지난 27일 선정한 4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숏리스트)의 경영 계획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 면접을 진행했다. 숏리스트에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이름을 올렸지만, 지금까지는 사실상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의 '2파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임추위는 오는 3일 두 번째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면접 일정을 코앞에 두고 정부·당국이 사실상 우리금융 측에 정해둔 답을 요구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위 업무보고를 받은 뒤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고, 국가 재정시스템의 기초"라는 생각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은행에 손실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할 필요성이 있으며,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선 시장 내 도덕적 해이와 금융 사기 근절이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은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내놓은 우려에 사실상 결론을 내린 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과 27일 이 원장과 김 위원장은 각각 우리금융의 회장 인선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인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이 우려를 제기하고, 김 위원장이 그러한 우려가 바람직하다고 맞장구치고,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마무리를 지어주는 듯하다"라며 "막바지에 다다른 우리금융 임추위 일정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기 한참 전인 지난 연말부터도 정치권에선 은행을 공공재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당시 국회 정무위 한 관계자는 세간의 관치 우려를 두고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하면 관치나 외풍이란 우려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이 드러낸 시각과 궤를 같이 한다.
임추위로선 이 같은 분위기를 무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내부 승진 인사로 이 행장과 외부 수혈 인사로 임 전 위원장 간의 경쟁 구도이긴 하나 정부가 외부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여서다.
지난 하반기부터 지속된 정부의 지배구조법 개정 작업과 손 회장에 대한 추가 중징계 결정 등에도 장고를 거듭해왔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된 것이라는 목소리도 늘어나는 분위기라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라임펀드 이슈가 있던 손 회장의 연임을 막은 것까진 판단의 영역이라고 쳐도, 정부가 바라는 모양을 연출하려는 듯한 구두 개입을 계속하는 건 우리금융의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사회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