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기대감 일찍이 접었다…적자 부서 속출
금감원도 경고성 발언…이연성과급 차감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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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의 성과급 시즌이 다가왔지만 사상 최대 실적으로 축포를 터뜨렸던 지난해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대다수의 증권사가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임직원들의 기대감이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일부 부서는 올해 받아야 할 이연성과급이 차감될 가능성이 있어 임직원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연간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작년 당기순이익(3029억원)이 전년도 대비 67.5% 감소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년도보다 47.7% 감소한 당기순이익(619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역시 작년 당기순이익은 4239억원으로 같은 기간 56.1% 줄었다. 금융 불확실성이 커지며 시장 눈높이가 이미 낮아졌음에도 이를 하회하는 모양새다.
대형 증권사의 지난해 수익성이 대폭 하락한 것은 대체로 예상됐던 일이란 평가다.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메마르자 고공 행진하던 증시가 직격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가장 큰 수익원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급감했다. 아울러 지난 몇 년간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부동산 금융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실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에 국내 주요 증권사 임직원들은 일찍이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을 접은 분위기다.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굵직한 대형 증권사의 성과급 수령 시기지만 증권가 분위기는 사뭇 차분하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지난달 성과급 지급을 마쳤지만, 그 규모가 현저히 준 것으로 알려진다. NH투자증권, KB증권은 이달 말,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3월에 성과급을 지급한다.
정통 IB부문은 인건비 이상의 수익을 벌지 못한 '적자' 부서가 적지 않다고 알려진다. 증시 부진으로 기업공개(IB)와 채권발행이 다수 취소·연기되며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IPO부서의 경우 인당 비용을 3.5~4억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10명일 경우 손익분기점은 35~40억원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상장 주관을 통한 수수료 수익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적자 부서가 되는 셈이다.
부동산금융 부서는 금융시장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인력 구조조정 대상 부서로 꼽힌다. 자금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수익성이 악화하자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영향이다. 신규 딜 발굴이 중단되고 리스크 관리에 초점 맞춰지면서 '성과급은 둘째치고 자리보전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정도를 제외하면 증권사 IB인력 중 부동산 인력이 과반이라는 후문이다.
운용 부문은 국내외 금리 상승으로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NH투자증권의 2022년 트레이딩 손실은 1661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조규상 NH투자증권 운용사업부 대표가 직을 내려오고 이수철 IB본부 PF담당 상무를 신규 선임했다. NH투자증권과 비슷한 규모의 채권을 보유 중인 미래에셋증권도 수장을 바꿨다. 채권상품운용본부장에 메리츠증권 출신 배원준 이사가 새로 부임하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용 부서의 성과급 기대감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적자 부서일 경우, 이연성과급이 차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에선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여러 해에 걸쳐 나눠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를 이연성과급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성과급의 60%를 먼저 지급하고 40%를 3년에 걸쳐 분할 지급한다. 일부 증권사는 이연된 성과급이 단기 성과에 따라 액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KB증권은 비윤리적 행위, 법률 위반, 손실 발생 등의 경우 이연된 보상액을 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성과급과 관련해 경고성 발언을 한 만큼 성과급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이 원장은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은 증권사는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 및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한 후 성과 보수를 합리적으로 산정해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난 31일 말했다.
특히 금감원은 증권사의 이연성과급 제도를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알려진다. 성과급을 지급했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삭감,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클로백' 제도 채택 여부도 점검할 계획이다. 성과에 따라 보상받아야 하지만 부실이 발생하여 사후 손실이 발생할 경우엔 이에 따라 대가를 치르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