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측도 '역공' 대응 분주…'SM vs.이수만' 공식화
이수만 지분 매각 나설까…잠재 우군으로 하이브도 주목
감정싸움 이제부터 본격화…분쟁 결론 전 움직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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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2대주주로 부상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했다.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SM엔터 공동대표 등 이사회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이수만 vs. SM엔터' 구조가 이어질 전망이다.이 총괄 프로듀서 측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보유 지분 매각에 다시 나설지도 주목된다. 감정 다툼 양상에서 대주주 지분을 팔면 회사와 카카오가 난처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분쟁 중인 회사의 이사회 지배력 없는 주식을 인수할 곳이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7일 카카오는 SM엔터의 유상증자 신주와 전환사채(CB) 투자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총 2171억 규모 투자로, 카카오는 SM엔터의 2대주주로 올라선다. 2월 기준 이 총괄 프로듀서가 SM엔터 지분 18.45%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이번 투자와 함께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는 3자간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다각적 협력을 예고했다. 과거 이 총괄 프로듀서가 카카오 측(카카오엔터테인먼트)과 지분 매각 협상에 나서기도 했는데, 현재는 이 총괄 프로듀서와 SM엔터 경영진 측이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SM엔터 측이 카카오를 ‘우호 지분’으로 확보한 셈이다.
카카오의 투자 발표 이후, 같은 날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회사 지분 9.05%를 카카오에 넘긴 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등 이사회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화우 측은 “SM의 공동대표이사 이성수 및 탁영준이 최대주주와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에 합의함으로써 최대주주를 상대로 한 경영권 분쟁이 심화됐다”며 “경영권 분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공동대표이사들이 주도하는 SM의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며, 이는 그간의 대법원을 포함한 각급 법원의 수많은 판결례를 통해 명백히 확인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 총괄 프로듀서 측은 SM엔터는 현재 상당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2171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만한 시급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고, SM엔터의 이사회는 제3자에게 일방적으로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배정함으로써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지분을 확대하고 지배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자 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3일 SM엔터 측이 ‘이수만 없는’ 회사 지배구조 개편안인 ‘SM 3.0’을 발표하면서 이 총괄 프로듀서와의 대립이 예고된 바 있다. 회사 측의 행보는 이 총괄 프로듀서와 합의되지 않은 것으로, 이 총괄 프로듀서가 3월 주총에서 최대주주로서 목소리를 낼 준비 중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7일 카카오의 투자 발표와 동시에 양측의 대립이 공식화된 셈인데, SM엔터 측도 앞서 이 총괄 프로듀서 측의 ‘역공’에 대비해 준비를 이어 온 것으로 파악된다. SM엔터 회사 측이 김앤장 등 주요 대형 로펌들과 이미 자문 계약이 맺어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총괄 프로듀서가 주요 로펌 중 SM엔터와 계약이 없는 화우 측을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총괄 프로듀서와 SM엔터 회사 측의 법적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결국 이 총괄 프로듀서가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지가 이슈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만 전 총괄 입장에서는 카카오가 진입할 경우 보유지분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주주의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인정받으면 증자 및 CB 전환 절차를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화우도 '경영권 분쟁' 중에 지배관계에 변동을 주는 것이 위법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상법 제418조 2항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위한 경우 '정관에 정한 바에 따라'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2020년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사례에서 법원은 '단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증자가 이뤄진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효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KCGI는 한진칼이 재무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SM엔터의 정관에도 긴급 자금 조달 및 재무구조 개선, 경영상 필요에 의해 타 회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할 때 주주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회사는 레이블 등 인수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카카오가 SM엔터의 동맹군으로 등장한 가운데, 이 총괄 프로듀서 측도 ‘빅네임’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매각 진행 중은 아니지만, 자문사 선정 등 매각 의지는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정 싸움 국면에서 최대주주 지분을 팔아버리면 회사와 카카오가 불편해진다.
다만 이 총괄 프로듀서가 이사회 장악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하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올해 이사진이 대거 교체되는 상황이라 작년이 분위기 반전을 꾀할 적기였는데, 이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라이크기획 등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됐지만 잠재 인수자 입장에서도 분쟁 상황이 정리되지 않으면 움직이기 부담스럽다. 이 총괄이 '돈'만 생각하면 모를까 '명예'를 강조하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휴젤처럼 이해관계자들이 갈등을 겪다 매물로 나온 경우도 있지만,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얼라인파트너스와 컴투스 등 주요 주주들도 추이를 살펴봐야 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결렬됐던 ‘하이브-이수만’ 측의 연합도 예상되는 분위기다. 몇해 전 하이브 측이 SM엔터 지분 인수를 위해 이 총괄 프로듀서 측과 접촉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CJ, 카카오 등과 이야기가 진행된 이후에도 하이브 측이 다시금 지분 인수 의지를 보인 바 있다고 전해지지만 역시 진행되지 않았다. ‘카카오-SM엔터’ 연합군이 결성된 이상 이 총괄 프로듀서가 하이브와 손잡는 그림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