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클라우드 게임, "한 때 반짝"
"국내기업, 한국어 특화돼있지만 안심하긴 일러"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챗GPT'의 열풍에 해외는 물론 국내 기업도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테마 종목으로 뜬 것과는 별개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초기 단계라 아직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공룡’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한국어 서비스도 본격 제공할 경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1월30일 오픈AI가 출시한 대화형 AI '챗GPT’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40일 만에 1000만 사용자를 돌파했으며,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다. 인스타그램(11개월), 트위터(2년 2개월), 페이스북(2년 4개월) 등 기존 플랫폼이 1000만 사용자 달성에 걸린 시간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속도다.
현재 챗GPT는 오픈AI 초대형 언어모델인 GPT-3.5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연내 차세대 GPT-4 버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 챗GPT는 의사면허, 경영대학원(MBA), 로스쿨 시험을 통과했다. 앞으로 전문직 직업을 대체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챗GPT 열풍에 AI 관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를 자사 프로그램에 적용하겠다 밝혔고, 구글과 바이두도 곧 AI챗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네이버, 카카오, KT 등 국내 기업도 한국형 챗봇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4070억달러(약 508조원)로 현재 869억달러(역 108조원) 규모에서 5배가량 커질 거란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 양강 구도…빅테크도 참전 가능성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에 새로운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양사의 파트너십 체결은 2019년과 2021년에 이어 세 번째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년간 총 100억달러(약 12조원)로 추산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가 오픈AI의 독점 공급자로 계속 남을 거라 내다봤다. 이번 투자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와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에 챗GPT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AWS와 Azure의 점유율은 각각 34%, 21%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를 자사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팀즈'에 적용하고, 서치엔진 '빙’과 엑셀·파워포인트 등 소프트웨어에도 접목할 계획이다.
챗GPT 공개 이후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챗GPT에 대항할 AI챗봇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챗GPT가 구글 검색 엔진의 미래에 위협이 된다며 적색 경보를 발령해 본격적 대응을 시작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는 지난 2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수주 또는 수개월 내로 자사의 대화형 AI인 '람다'(LaMDA)와 AI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구글은 AI챗봇 '클로드'를 개발 중인 앤스로픽과 제휴 관계를 맺고 4억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했다고 전해진다. 앤스로픽은 오픈AI에서 갈라져 나온 업체다.
김중한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아마존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생성형 AI 시장은 당분간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2강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5월 개발자 회의를 전후로 공개될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가 챗GPT를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줄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는) 선두주자 이미지를 빼앗길 우려가 있어, 알파벳의 반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아직은 잠잠하지만 향후 애플·메타 플랫폼스 등 다른 빅테크도 대응 방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 15개 빅테크 기업의 실적발표에서 AI, 머신러닝 등 AI 관련 용어 사용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네이버·카카오에 통신 3사도 본격 경쟁
국내에서도 네이버·카카오 등 기업이 초거대AI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AI 경쟁이 시작됐다.
네이버는 지난 3일 검색 AI '서치GPT'를 올해 상반기 내로 선보이기로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서치GPT를 당장 네이버 검색에 접목하기보다는 생성형 AI 신뢰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네이버가 구축해 놓은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가 계속 발전해 나가고 유료 B2B(기업간거래) 시장도 열리고 있기에 GPT에 대한 다양한 투자 통해서 수익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 네이버는 2021년 5월 자체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했다. 네이버는 기술 개발을 위해 매년 매출의 25% 수준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하고 있다. 2021년에도 1조6000억원 이상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AI 기술 개발에 투자됐다. 하이퍼클로바는 학습 데이터의 97%가 한국어로 돼 있어 한국어에 특화된 언어모델이라는 평가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구글이 글로벌 대부분의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했지만, 국내에서 네이버의 벽을 넘지 못한 이유는 보유한 한글 데이터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며 "생성형 AI 시장에서도 네이버는 월등한 한국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사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카카오도 2021년 말 선보인 한국어 특화 AI 언어모델 'KoGPT’를 대화 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AI 연구소 카카오브레인에서 2021년 11월 GPT-3 기반으로 KoGPT를 공개했다. 카카오는 이미지 생성형 멀티모발 AI '칼로’도 보유하고 있다.
통신 3사는 초거대 AI 모델을 활용해 한국형 AI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SK텔레콤은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을 업그레이드 한다. 현재 에이닷에는 GPT-3가 적용돼있는데, 챗GPT 등 초거대 AI 모델도 접목할 계획이다. KT는 초거대 AI '믿음'을 개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AI엔진을 자체 개발하며 챗GPT 등 새로운 모델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반짝 테마? 게임 체인저?…"한국어 특화 경쟁력 옅어져"
다만, 챗GPT 열풍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생성형 AI는 기술적으로 초기 단계라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데, 시장에서는 테마 종목으로 '너무' 열광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IT 섹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개된 챗GPT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베타버전에 불과하다"며 "기업이 나서 서버·부품 등 대규모로 투자하는 등 B2B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돼야 본격적으로 생성형 AI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과거에 클라우드 게임, 메타버스 등의 개념이 나왔을 때도 시장에서 환호했지만, 당시 서버 투자 규모는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1%도 안 되는 비중을 차지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기술 발전 속도는 빠르지 않았으며 시장의 관심은 금방 사라졌다"며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아직 챗GPT는 AI 시대의 새로운 변곡점에서 '가능성이 보인다' 정도로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생성형 AI 시대가 본격 펼쳐지더라도 국내 기업이 경쟁하기는 힘들 거란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자사 AI가 한국어에 특화돼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한국어 학습량을 늘릴 경우 경쟁력이 희석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자체 기술력도 국내 기업이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내수 기반인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 AI의 '침공'으로부터 시간을 벌었지만, 반대로 글로벌 AI라는 '천장'에 가로막혀 내수를 뚫고 해외로 나가기에 한계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기업 설명회(NDR)에서도 관련 질문이 많이 나오지만, 기업도 구체적으로 대답하기 곤란해하며 우선 새로운 시장에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