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배력 강화 목적" 부정적 시장 평가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반대 의견 제시
노르웨이 중앙은행 등 일부 외국인 주주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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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이 오는 10일 인적분할을 결정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확대'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주주친화책 자체는 환영받지만 소액주주보다는 오너 일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가 '반대' 의견을 냈고 일부 외국인 기관 투자자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시장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9일까지 인적분할 승인에 관한 전자투표를 진행한다. 전자투표가 마감되면 10일 현장 주주총회를 열어 인적분할 가결 여부를 결정한다. 인적분할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총회 참석주주의 3분의 2가 안건에 찬성해야 한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11월 현대백화점홀딩스(지주회사)를 신설법인으로, 현대백화점(사업회사)을 존속법인으로 나누는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주회사인 현대백화점홀딩스는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자회사로 두고,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지누스를 거느린다.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은 현대백화점그룹이 2개의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그룹의 두 축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인적분할을 우선 추진하고, 추후 주식교환 및 공개매수 등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려는 계획이다. 이때 주식교환을 위한 공개매수 과정에서 대주주가 자회사가 될 회사의 지분을 내놓는 대신 모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일 인적분할을 진행한 후 자사주 취득 후 소각, 배당 확대 등을 실시하겠다는 주주환원책을 내놓았다. 현대백화점(존속법인)은 분할 후 3년 내 자사주 6.6%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신설 현대백화점홀딩스도 인적분할로 소유하는 자사주 6.6%를 분할 후 1년 내 소각하기로 했다.
또한 현대백화점은 2021년의 배당금총액 240억원을 분할 이후로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홀딩스도 최소 150억원 이상을 배당하겠다고 했다. 분할에 따른 배당여력 감소 등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화투자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그간 주주환원에 있어 인색하다고 평가를 받아왔던 현대백화점이 지주사 전환 이후 전향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예고했다는 점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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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그룹의 주주환원책이 썩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사주 소각을 인적분할 이전이 아니라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된 뒤 진행하는 것은 기존 주주들에 큰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적분할 전에 자사주를 소각하면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자사주의 마법’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적분할 후 자사주를 소각하면 대주주의 지배력은 강화되고 그 ‘실익’의 일부만을 주주에게 환원하게 되는 셈이 된다.
주총에 앞서 주주친화책을 내놓은 것도 일부 외국인 주주를 포함한 주주들의 반대를 의식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ISS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백화점의 인적 분할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ISS의 의견은 외국 주주들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현대백화점 측에서도 주주환원책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외국인 기관도 반대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이자 국내 금융사 및 기업들의 큰 손 주주로 꼽히는 노르웨이 중앙은행 (Norges Bank)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진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인적분할이 부결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외국인 주주들은 투표가 끝난 상태이기도 한데, 주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 중 찬성표를 던진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대백화점그룹이 과거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 분할 합병 때처럼 주주총회를 사전에 취소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 2018년 5월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안건을 임시 주주총회에 올리려 했으나 표대결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주주총회를 취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