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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무신사 냄새'란 표현이 MZ세대 사이에 신조어로 떠올랐다. 패션 미디어 커머스 기업인 무신사에서 판매 순위가 높은 아이템으로 코디한 1030세대 남성들의 획일화된 패션을 일컫는다. 향후 기업공개(IPO)를 해야하는 무신사 입장에선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단 우려가 있지만 한편으론 '대중화 성공'이라는 소구점으로 역이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1년 패션 관련 콘텐츠 미디어 기업으로 시작한 무신사는 스토어 서비스를 론칭한 이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속속 자사 플랫폼에 입점시키면서 몸집을 불려나갔다. 자사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선보이면서 중개 수수료 뿐만 아니라 직매입을 통한 매출도 내면서 이른바 '돈 버는 기업'인지가 중요해진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다.
패션시장에 큰 관심이 없는 남성들이 무신사의 주요 고객이 되면서, 무신사 플랫폼의 인기는 '무신사 냄새'라는 일종의 야유(?)로 이어졌다. 해당 표현은 쿠팡플레이의 'SNL코리아'에서 "무신사 냄새 지리네"라는 표현이 조롱하듯 쓰이면서 도마 위에 올랐는데, 일각에선 의류산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쿠팡이 무산사를 까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본에 포함시킨 단어라는 추측까지도 나왔다.
패션 기업에 브랜드 평판 훼손은 치명적이다. 일본 패션브랜드 '유니클로'가 브랜드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니바레'(유니클로+들키다)라는 합성어의 주인공이 되거나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구매력이 낮은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등골 브레이커'로 불렸던 것이 그 사례다. 이런 이유에서 기업금융(IB) 업계에서는 "무신사 상장시 이미지 타격이 우려된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무신사 측은 "무신사 냄새 논란에 대해 사용자들이 불쾌감을 토로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라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기존에 하던대로 사업을 영위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VC업계에서는 해당 표현이 되레 투자유치를 위한 소구점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아 의류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다수의 국내 소비자들에게 무신사가 해결책을 제시했고, 그 영향력이 가시화됐음을 보여주는 표현인 까닭에서다. 실제로 무신사의 거래액은 2016년 1990억원에서 2021년말 2조3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무신사스토어 회원 수도 2021년에 1000만명을 넘겼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본격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콘텐츠 기업으로 시작하면서 형성했던 팬덤 덕이었으며 이들이 무신사에 입점된 브랜드 상품을 즐기고 있는 것 자체에 투자 기관들이 호평을 하며 투자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무신사의 한국 내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최근 무신사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4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기업가치는 4조원 안팎이 거론된다. 국내 VC 시장이 한풀 꺾인 만큼 투자 유치 목표 금액을 채우기 위해선 해외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장을 철회한 컬리가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 할 당시, 타깃 시장이 국내에 한정돼 있긴 하지만 이들의 성장 스토리 자체에 밸류를 매기는 목소리가 있었다"라며 "이처럼 무신사도 국내 패션업계에서 존재감이 커진 과정과 그 결과를 '무신사 냄새'를 통해 보여주는 게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무신사엔 '기업가치 키우기'가 가장 큰 과제다. 그 일환으로서 해외 진출 확장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무신사 초기 투자자들은 구주매출을 통해 엑시트(투자금 회수)한 상태다. 최근 무신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현재 주주들의 차익 보장을 위해선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 2021년 세쿼이아캐피탈과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 수준을 인정받은 바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무신사 냄새는 국내 패션업계에서 무신사 만큼 커질 수 있는 스타트업은 없음을 보여주는 표현인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는 반대로 국내 패션시장 이상으로 뻗어나가는 데 상당한 노력이 들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도 하다.
입력 2023.02.10 07:00
취재노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02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