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1심서 사실상 완승…주가는 상한가 기록
루터PE·도미누스 등 메디톡스 투자자 회수 기대감
균추 출처 의구심 '휴젤' 주가도 -20% 가까이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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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보툴리눔톡신 균주 도용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메디톡스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2020~2021년 회사에 투자했던 사모펀드(PEF)들도 회수 기대감을 키우게 됐다.
1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대웅을 상대로 낸 500억원 규모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17년 보툴리눔톡신 균주 및 제조공정을 도용당했다며 소를 제기한 지 5년여 만이다.
1심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메디톡스에 넘기고, 반제품을 폐기하도록 판결했다. 보툴리눔톡신 균주 관련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메디톡스에 400억원의 손해배상금도 지급하라고 했다. 균주를 분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의 신빙성이 낮다고 봤고,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활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고 판단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2016년 이후 균주 출처를 두고 공방을 벌여 왔다. 국내 형사 소송에선 대웅제약이 판정승을 거뒀는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대웅제약 측의 균주와 제조기술 도용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2021년엔 메디톡스와 미국 파트너사 엘러간, 대웅제약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합의금 및 로열티 계약에 합의했고 이달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가 각종 소송을 철회하기로 뜻을 모았다. 국내 민사소송은 이와 별개로 진행돼 왔는데 이번에 첫 판결이 나온 것이다.
세기의 '보톡스 전쟁'에서 먼저 웃은 메디톡스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승소를 자신하면서도 선고 기일이 두 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던 터라 판결 전까지 안도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향후 보톡스 업계로 확전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대웅제약은 1심 판결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작년 서울중앙지검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기술이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상반된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즉각 항소해 오판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1심 판결 당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주가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오전까지는 대웅제약의 주가가 오르고, 메디톡스의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오후에 분위기가 정반대가 됐다. 메디톡스 주가는 9일 13만3600원에서 17만3600원으로 올라 상한가를 기록했고, 대웅제약은 15만4000원에서 12만4200원으로 19.35% 하락했다.
메디톡스 주가 상승에 메디톡스에 투자한 사모펀드(PEF)들도 반색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2020년 루터어소시에잇(루터PE)을 대상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300억원을 조달했다. CB 만기는 3년이고, 루터PE는 오는 5월 19일까지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전환 가격은 13만1215원으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넉넉한 회수 성과를 기대할 만하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도미누스)는 2021년 메디톡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650억원을 투자했다. 의결권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작년 9월말 기준 지분율은 7.07%다. 도미누스의 주당 투자 가격은 16만2634원으로 루터PE보다 높지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 반색하는 분위기다. 배당을 감안한 주당 투자 단가는 더 낮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1심 판결의 영향이 보툴리눔톡신 업계 전반으로 확장된다면 메디톡스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보톡스 대장주 휴젤 주가도 급락했다. 9일 종가 16만3500원이던 주가는 10일 18% 급락해 13만3800원에 마감했다. 휴젤은 썩은 통조림캔에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발견했다고 밝혀왔는데 실제로 그런 환경에서 균주를 찾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베인캐피탈은 작년 GS그룹 컨소시엄에 휴젤 경영권을 매각했다. 주당 매각 가격은 28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