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스타트업 '투자·인수'에서 '발굴·협업'으로 기조 선회
입력 2023.02.14 07:00
    투자기업 가치하락에 전년 4분기 순익 적자전환
    '투자·인수'에서 '초기 기업 발굴'로 기조 전환 분위기
    대기업-스타트업 '갈등 구도' 부담
    신평사도 "GS리테일 투자 부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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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스타트업 투자·인수에 열을 올리던 GS리테일의 행보에 변화가 일고 있다. GS리테일은 사업 연관성이 있는 스타트업에 소수 지분투자를 집행해 기존 사업부와의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이어왔다. 그러나 투자 포트폴리오의 가치하락이 이어지면서 GS리테일은 자산손상분을 실적에 반영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투자 전략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엔 '초기 기업 발굴'과 '협업'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이다.

      벤처캐피탈(VC)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 내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는 CVC사업부는,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거나 업무협약(MOU) 등 사업적 협력을 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의 운용사로서 창업 기업을 추천 받고 초기 투자를 집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관련 인력을 꾸준히 충원중이다.

      그동안 GS리테일은 시리즈 투자를 여러차례 받은 스타트업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거나 타 운용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집행해 온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엔 GS리테일은 협력관계를 구축할 만한 스타트업을 찾는 것만으로도 바쁜 분위기"라며 "그동안 명확한 철학 없이 시너지 가능 여부만을 놓고 투자를 결정하는 모습이었는데, 그러다보니 회수도 합병(PMI)도 힘든 상황이 됐다"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 합병한 2021년 7월부터 적극적으로 투자 및 인수에 나서왔다. GS리테일은 합병 이후 거래액 목표치인 25조원을 달성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 구축과 1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메쉬코리아, 펫프렌즈, 요기요, 팀프레시, 카카오모빌리티, 쿠캣 등이 있다. 편의점부문 등 GS리테일이 보유한 기존 사업부문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 인수 결정이 이루어진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GS그룹 오너 4세인 허치홍 GS리테일 상무가 편의점 사업을 도맡고 있는 만큼 펫프렌즈나 쿠캣에 투자해 관련 상품을 편의점 진열대에 올려 머천다이징(MD)에 차별화를 꾀하려 한다고 이해했다"라며 "다만 이를 위해 적자기업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추후 부담이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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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극적이던 투자 행보는 지난해부터 다소 주춤해진 모양새다.

      배경으론 실적 지표의 악화가 거론된다.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메쉬코리아, 프레시몰 등 투자자산의 손상차손이 반영되면서 순손실을 기록했다. 편의점과 비편의점 부문 모두 실적 개선을 이뤄내며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투자업계는 투자기업 가치 하락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GS리테일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플랫폼 기업'의 비중이 높다. 플랫폼 기업들은 지난해 금리가 급격히 상승 여파와 더불어 성장주에 대한 회의적 시각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크게 꺾인 상태다. 이에 더해 유동성 경색으로 후속 투자가 어려워지며 경영난에 빠진 곳들이 다수다. VC 심사역들은 플랫폼 기업의 경우 포트폴리오 관리만으로도 벅차다고 토로한다.

      GS리테일의 '협업 대상' 기업을 찾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최근 불거진 '롯데헬스케어·알고케어 아이디어 도용' 이슈와 관련해,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대기업과의 협업관계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스타트업 고위급 관계자는 "위탁생산을 부탁하는 대기업들과는 협업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한다"며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결국엔 공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업계도 GS리테일의 투자 부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신용평가사들은, GS리테일이 GS홈쇼핑과의 합병 이후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됐다고 평가했지만 온라인 부문 및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데 따라 사업 및 재무안정성이 영향받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GS리테일의 추가 투자부담을 살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실적만 나온 상태여서 자료가 추가적으로 제공돼야 판단이 가능하다"라면서도 "GS리테일이 편의점 출점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고 GS홈쇼핑과의 합병 이후 신사업 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는 부분이 재무안정성을 일부 해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