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자산가들 모여 지분 매집…상법상 어렵지 않아
투자자 설득 어려운 기존 펀드 운용사들 "자괴감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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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행동주의=주가 상승'이라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오스템임플란트처럼 행동주의 펀드의 입김에 대응하기 위해 오너들이 우군 마련 움직임을 보이고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들의 사례가 생겨나면서다.
이를 보고 이른바 '개인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아이디어를 얻은 모양새다. 즉 자산가들을 모아 공격(?)하기 좋은 기업을 선정, 주주제안이 가능한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 자산가들이 모여 일정 비율 이상의 기업 지분을 매입, 주주제안을 함으로써 주가를 올리는 전략을 펴려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인 코스닥 기업이 주 타깃이다. '전략가'를 자처하는 개인 투자자가 나서 '쩐주'가 될 자산가들 위주로 집단을 구성하는 형태다.
현재 상법상 모든 기업의 3% 이상, 상장회사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한 1% 이상 지분 보유 주주는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다수의 주주가 공동으로 주식보유 비율 요건을 맞추는 것 또한 가능하다. 게다가 기업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자료 요청을 할 경우 이를 응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해당기업이 코스닥 상장사 수준이라면 소요 자금도 그리 크지 않은데다, 언론에서 행동주의 움직임을 대서특필해주면서 자연스레 '홍보효과'도 누린다는 것.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쩐주들 몇명이서 연대해서 같이 행동주의 전략에 나서보자는 느낌이 크다"라며 "그 중 전략을 짜는 사람이 한두명 있는 형태"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가사회될 경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이에 자산가들을 설득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아졌다는 지적이다.
에스엠의 경우 그간 주주로서 에스엠에 여러차례 주주서한을 보냈던 얼라인파트너스의 움직임을 기점으로 최근 하이브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 연초 7만원이었던 에스엠주가는 현재 11만원대고 하이브는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오스템임플란트도 행동주의펀드 KCGI가 해당 기업의 오너리스크를 지적, 개혁을 꾸준히 요구해왔는데, 최근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MBK파트너스가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이런 움직임이 주목받자 주요 로펌에 공개매수 관련 검토 요청이 늘어나는 등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대응 방식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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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인 투자집단을 과연 '행동주의'로 규정할 수 있느냐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는 말그대로, 모든 결정을 경영진에게 맡기는 소극적 투자가 아닌, 주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투자 방식을 의미하는데, 그 목적이 '단기 차익 실현'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 이들을 '주주'로 볼 수 있느냐는 가치판단이 어려운 대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같은 주주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서는 행동주의의 의미가 모호한 게 사실이다"라며 "벤처캐피탈(VC)도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다. 단지 그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규모가 작고 힘이 없어 현실화 되는 것이 없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세금 관련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추후 지분취득 신고 이후 '상장주식양도소득 과세 대상 대주주' 판정을 받게 될 경우 세금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일례로 보유 지분이 1% 이상일 경우, 현 소득세법상 1년 미만 보유 후 양도하는 대주주는 통상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어설프게 연대해서 지분 신고 들어갔다가 대주주 판정 받으면 납부할 세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기존 펀드 운용사들은 자괴감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자신들이야말로 기관 자금을 모집, 여러 펀드 운용 전략을 쓰면서 활동해온 이른바 자본시장의 '적자'인데 최근 일부 소액주주의 행동주의 펀드가 소액의 자금으로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미인 셈.
사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은 국민연금을 포함, 연기금ㆍ공제회로부터 펀드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기관들로부터 '장기투자'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실상 '차익 실현' 목적으로 취급 받는다는 것.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기다리면 큰 차익 실현이 어렵기 때문에 행동주의가 이런 전략을 취한 경우는 별로 없다"며 "그러니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국내 펀드들이 기관들에게 '장기투자'로서 인정은 받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