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배당성향 기준보다 가시적…매년 소각재원 최대 '1조'
주가 잠잠하지만…중장기 각사 성과 누적적으로 드러나
당국 의중·여론 반영해 총주주환원율 중심 재평가 유도 평
주가 누적적 차별화 전망…지주회장 TSR 평가도 가능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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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가 보통주자본(CET1) 비율 12~13%를 기준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서겠다는 중기 자본관리·주주환원 정책을 연달아 내놨다. 제시한 자본비율을 충족하는 선에서 배당은 늘리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정례화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종전보다 가시화한 정책이란 평가와 함께 방향은 비슷해도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당장 주가엔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본여력을 바탕으로 배당 외 자사주까지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내놓은 만큼 중장기적으론 격차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주와 경영진에 대한 시장의 인식·평가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주주환원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치를 단기보단 중장기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다.
지난 9일 하나금융을 마지막으로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지주의 중기 자본관리 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이 모두 발표됐다. 신한금융은 CET1 비율 관리 목표를 12%로, KB금융은 13%, 하나금융은 13~13.5%로 제시한 뒤 이를 초과하는 자본여력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방식으로 주주에 돌려주겠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아직 목표 CET1 비율(12%)에 미달하는 만큼 기준치를 넘어선 뒤 주주환원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과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정책들로 파악된다. 지난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건전성 확보 여력이 있다면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 언급한 만큼 CET1 비율을 기준점으로 세운 것이다. 현행 CET1 규제비율은 8%인데, 여기에 경기대응 추가 적립분 2.5%를 더하고, 각사가 자체 진행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영업 특성상 필요한 여유분 등을 반영해 12~13.5%라는 상이한 목표치가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종전 배당성향 기준 주주환원 정책에 비해 가시화·구체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본비율을 규제받는 업종인 만큼 관리 목표를 먼저 제시해 배당과 자사주 소각 재원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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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방향성은 비슷하지만 각사의 자본관리 능력과 수익성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적으로 차별화가 이뤄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금융지주 담당 한 연구원은 "투자자 설명회(IR)에 따르면 금감원이 손실흡수능력인 CET1 비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라 관리 목표치 기반의 정책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신한금융의 설명대로 자본 대비 이익을 많이 내서 초과 자본여력을 남길 수 있는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신한금융의 경우 최대 1조원, KB금융은 최대 9000억원, 하나금융은 최대 3000억원 규모 소각 재원이 매년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3사 모두 주당 배당액을 줄이지 않고 유지 또는 확대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새 투자자를 모셔오기 위한 보통주 증자가 없다면 모두 누적적으로 주당배당금(DPS)이 늘어나는 구조를 마련한 셈이다.
시장에선 이번 발표된 정책들이 각사 주가에 대한 재평가는 물론 금융지주에 대한 투자자 인식과 평가 기준의 변경까지 유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각사가 배당성향보다는 총주주환원율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데, 총주주환원율은 자사주 매입금까지 포함해 주주환원 총액 비중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KB금융의 경우 DPS의 꾸준한 상승을 위해선 자본여력을 배당성향 확대보다 자사주 소각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본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정부당국 의중과 이자수익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에서 경쟁의 초점이 배당성향에 맞춰질 경우 '이자장사'로 벌어들인 돈을 주주에 퍼준다는 인식이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당국의 주주환원 견제 발언은 대체로 현금배당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짙다.
지난 수년 동안 4대 금융지주 배당성향은 시장 금리나 경기 상황, 또는 금융당국의 자제령에 따라 20~30% 수준을 오갔지만 각사 격차는 1% 포인트 안팎에 그쳤다.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반면 자본여력 확충에 따른 자사주 매입·소각은 비교적 당국의 견제나 여론 악화로부터 자유로운 방안으로 꼽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지난해 이후 신한금융을 필두로 지주들이 정관을 바꿔 분기배당을 도입하고 총주주환원율을 강조해온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라며 "각 지주들도 주주환원이 부족해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해 온 만큼 당국 허용범위 내에서 배당 정책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과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까지 제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지주가 자발적으로 시장의 평가 제고를 꾀하는 만큼 최근 교체기에 들어선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에 대한 평가도 더 객관적인 잣대를 적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선 국내 금융사도 임원을 평가할 때 총주주수익률(TSR)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총주주수익률은 특정 기간 주식을 보유해 얻은 수익률을 의미하는데 배당수익은 물론 주가수익률과 같은 자본이득까지 반영하는 지표다.
4대 지주도 TSR로 임원의 성과를 측정하고 있지만 이들 주가가 수년째 주가순자산비율(PBR) 0.4배 안팎에서 머물렀던 만큼 경쟁사와 비교를 위한 상대적(Relative) TSR이란 반쪽 지표만 활용 중이다. 올 초 이례적인 주가 급등이 없었다면 대다수 지주회장이 임기 중 TSR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었다. 고만고만한 배당과 인수합병(M&A)을 제외하면 주주 가치 제고에 기여할 만한 경쟁 수단이 부족했던 것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컨설팅 업계 한 관계자는 "TSR은 지배구조 등 ESG 측면에서도 이사와 주주 관계 설정에 적합한 '주주가치' 지표로 꼽힌다. 미국에선 상장사 대부분이 이를 임원 성과지표에 연동하고 있다"라며 "각 지주가 내놓은 정책을 얼마나 실현시키는지가 향후 주가 등 밸류에이션으로 누적적으로 드러날 텐데 TSR 지표를 통해 실질적인 지주 회장의 성과 평가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