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계획에 이목 집중됐던 만큼 아쉬움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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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이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신용평가사(신평사)들에 투자계획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서 조금은 시끄러워졌다. 지난해 말부터 무인양품 지분 인수건이 논의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신평사 측의 투자계획 질의에 롯데쇼핑은 해당 계획을 전달하지 않았다. 회사채 등급 공시 이후 무인양품 투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해말과 달리 롯데의 정보 공유가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국내 신평 3사는 롯데쇼핑이 발행하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AA-/안정적'의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16일 수요예측에서 74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당초 1월 중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잠정실적 발표 등 공시 정정 사유가 발생하면서 한 차례 미뤄졌다.
문제는 신평사들이 등급을 부여하기 직전까지 롯데쇼핑의 무인양품 투자 계획을 몰랐다는 부분이다. 기업금융(IB)업계에 따르면 신평사들은 10일 회사채에 등급을 부여하기 직전까지 해당 계획 관련 언급을 전해 듣지 못했다. 무인양품에 대한 투자 규모가 상당히 작은 수준이긴 하나, 소식만이 전해질 당시엔 신용평가업계에선 사실 관계 파악에 분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물론 기업에 따라 자료 공유의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보통 등급 관련 이슈가 있는 기업들은 자료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편이다"라며 "자료 제공은 신평사와 기업 사이 일종의 약속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투자계획은 신평사들이 그간 '평가 근거' 중 하나로 삼아왔던 부분이다. NICE신용평가는 회사채 등급을 부여하며 발간한 리포트에 "보유자산 매각 및 투자규모 조절 등을 통해 중단기적인 투자부담에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했다"라고 기재했다. 한국신용평가도 리포트를 통해 '그룹 내 온라인 사업 통합 관련 경쟁력 확보 여부 및 인수합병을 포함한 투자부담 추이 등이 주요 모니터링 요소'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차입부담은 높은 편에 속한다. 그간 롯데쇼핑은 온라인 부문에 대응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투자로 높은 수준의 자금 소요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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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과 2021년에는 보유자산을 활용해 자금소요에 대응했지만 2022년에는 자산 매각 규모가 줄었다. 이후 한샘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순차입금의 증가세가 나타난 모양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 비율은 188.5%를 기록했으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평사와의 스킨십을 늘렸던 모습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직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만기 대응에 애를 먹던 롯데건설 조력에 나선 바 있는데 당시 롯데지주 임원이 직접 신평사를 방문해 재무안정성 확보 방안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지난해 말은 '위기'에 가까운 상황이었던 탓에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투자 포트폴리오를 정리 중인 주요 대기업들과 달리 롯데쇼핑이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보니 관련 사실을 신평사에 언급하지 않은 건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회사채 시장 상황이 발행사에 유리하게 흘러가면서 입장이 바뀐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이 워낙 극적인 상황이었던 것이 사실인데 메리츠금융그룹과의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채권시장안정화펀드 등의 도움을 받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며 급한 불을 끈 듯하다"며 "원래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거 아니겠냐"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롯데쇼핑은 앞서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한샘 지분을 인수한 했는데 이 때도 인수 구조 등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진 않았다고 한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내용이 담긴 리포트를 제공하기 위해선 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이다"라며 "투자계획과 투자 이후 수익화로 연결할 방안 등에 대한 자료 공유가 잘 이뤄져야 등급을 부여해줄 신평사 쪽도 이를 평가에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측은 "무인양품 지분 인수 건의 경우 투자 규모가 작아 공시사항이 아니어서 공시되지는 않았다"라며 "신평사에 공유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며 모든 계획을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