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비은행 사업의 그룹 내 순이익 기여도는 우리금융과 비슷
-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줄줄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지난 4분기 순이익이 잇따라 적자로 전환하며 금융지주 이익 기여도가 대폭 하락한 것이다.
KB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70.8%, 65.3% 감소한 2372억원, 2063억원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이 침체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수탁수수료와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 실적이 부진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월 시장금리가 급상승한 탓에 4분기엔 10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신한투자증권도 금리 급상승으로 직격타를 입었다. 작년 4분기엔 1651억원의 영업손실과 15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증시가 부진하며 위탁수수료가 감소했고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작년 영업이익은 1200억원으로 전년보다 79.5% 감소했다. 다만 작년 순이익은 사옥을 매각하며 영업 외 손익 4376억원이 발생한 덕분에 같은 기간 28.6% 늘어난 4125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이 입은 손실이 가장 컸다. 작년 4분기엔 1977억원의 영업손실과 15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증시 부진으로 위탁거래 수수료가 줄어든 영향이 컸고 보유자산 평가손실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의 작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0.3%, 75.1% 줄어든 966억원, 1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지주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하며 그룹 내 2인자였던 증권사들의 이익기여도가 대폭 깎였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이 그룹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에 13% 수준이었으나 5%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나금융은 비은행 사업의 총이익 기여도가 20%를 하회하면서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과 비슷한 수준이란 지적이다.
KB증권의 순익기여도는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푸르덴셜생명, KB캐피탈에 이은 5위로 밀렸고, 하나증권은 하나캐피탈, 하나카드에 이은 4위를 기록했다. 사옥 매각 이익으로 대규모 손실을 상쇄한 신한투자증권만이 그룹 내 순익 기여도가 7%에서 8%로 늘어나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증권업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금리 하락, 국내 증시 반등으로 증권사 실적 위험 요인은 완화되고 있지만 증권사 실적 고공행진을 이끈 부동산금융이 위축되면서 IB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핵심 수익성 회복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얘기다.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부동산 PF 관련 회수율도 점차 하락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급등했던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긴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라며 "부동산금융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부동산 PF 유동성 지원책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투자비 회수율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