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시 카카오는 '빈손', 하이브에 '맞불'도 어려울 듯
하이브는 1대주주 등극…주가 부담에 공개매수 성사 불투명
기각 땐 하이브-카카오 불편한 동거…지분 매집 경쟁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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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카카오가 SM엔터 2대주주 자리를 노리자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가 법원에 이를 막는 가처분 신청을 한 상황인데 이 결과에 따라 카카오의 '반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카카오가 기존 판단을 뒤로 한채 추가로 지분 인수를 시도할 유인이 줄어들고, 기각되면 공개매수 '맞불'을 놓을 여지가 생긴다. 하이브는 SM엔터 1대주주 자리는 예약했지만, SM엔터의 주가가 12만원을 넘어서며 공개매수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불편한 동거 속에 SM엔터 지분 매집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는 지난 7일 SM엔터의 유상증자 신주와 전환사채(CB) 투자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그러자 이수만 전 총괄은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10일엔 하이브가 나서 이 전 총괄의 SM엔터 지분 14.8%를 인수하고, 소액주주 지분도 최대 25%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이 통상 2~4주 뒤 결론이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가처분 소송의 1차 변론기일은 22일로 잡혀 있다. 내달 6일이 카카오의 SM엔터 신주 발행 대금 지급일임과 동시에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 지분 14.8%를 취득하는 날임을 고려하면 그전에 결론이 나오지 않겠냐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모두 법원의 가처분신청 결과를 기다려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결국 카카오가 하이브의 최대주주 등극 시도에 대항해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느냐다. 카카오 입장에선 내달 1일 전에 판결이 나와야 ‘맞불’을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 하이브는 3월 1일까지 SM엔터 소액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25%를 공개매수하기로 했는데, 3월 1일은 휴일로 사실상 2월 28일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끝난다.
이수만 전 총괄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카카오는 SM엔터 주식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가처분'이지만 경영권 분쟁의 특성상 사실상 확정판결에 가까운 효력을 가진다. 9만원대에 주식을 인수할 기회를 놓치게 된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 즉 거의 50%의 웃돈을 더 주고 SM엔터 지분을 인수할 명분이 사라진다. 투자자들을 설득할 논리도 마땅치 않다. 지분 없이 1대주주와 경쟁하는 것은 불리하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카카오의 인수 의지가 높을지라도 제로베이스(지분 0%) 에서 시작하는 것과 9%를 확보하고 시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 카카오는 SM엔터 인수전에 나서긴 어려울 것“라고 말했다.
카카오 측이 한 대형 증권사와 함께 공개매수 등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에 대해 카카오는 “공개매수 주관사 선정 등을 포함해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카카오가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공개매수 등을 공식화하면, 현 상황이 경영권 분쟁 중이라는 이수만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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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 카카오는 9.05%의 지분을 일단 확보하게 된다.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대응할 여지는 열어두게 된다. 공개매수가를 높여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일단 싼 값에 지분 일부를 사뒀기 때문에 투자 부담이 희석되는 면은 있다. 소수지분에서 경영권 지분으로 바뀌는 셈이니 프리미엄을 붙일 명분도 생긴다.
자금력도 하이브에 밀린다고 보기 어렵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SM엔터 투자 계약상의 지위 및 권리, 의무를 양도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사실상 인수 주체는 카카오엔터가 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는 연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중 약 8900억원이 이달 24일 납입된다. 나머지는 7월에 들어온다. 총 투자금 중 약 5800억원이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이다.
하이브는 가처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수만 전 총괄 지분을 인수해 1대주주로 오를 수는 있다. 다만 지금 추진하는 공개매수가 성공하느냐 하는 변수가 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 계획을 밝힌 이후 SM엔터 주가는 당초 제시 가격을 뛰어 넘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맞불을 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주가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세금 부담 등을 고려하면 현 시점 하이브의 공개매수 성사 가능성이 밝다고 보기 어렵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하이브는 2대주주 카카오와 불편한 한집 살림을 해야할 수 있다. 이번 공세로 하이브가 명분 싸움의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있지만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카카오와 SM엔터 현 경영진, 얼라인파트너스 등이 어떤 주주 제안을 하느냐에 따라 '표심'이 출렁일 수도 있다. 현 경영진 쪽의 의중이 담긴 이사회가 출범하면 앞으로 몇년간은 경영권 장악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하거나, 추가적인 지분 매수에 나서면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피로한 '전의 전쟁'을 벌이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