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유리한 불공정계약 논란 불거져
하이브 "강경 대응" 예고, SM "문제 없다" 반박
하이브-이수만 100억 계약 문제도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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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SM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이달 7일 맺은 사업협력계약 등의 일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양측의 여론전이 본격화했다. 하이브 측이 ‘법적 조치’ 등을 내세우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실제 ‘위법’ 행위들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SM엔터를 둘러싼 분쟁에서 양측이 내세우고 있는 ‘명분’은 이미 크게 희석된 가운데 사실상 지분싸움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론 보도 및 업계에 따르면 SM은 국내 음반과 음원 유통에 대해 카카오엔터에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으며, 해외 음반과 음원 유통도 카카오엔터(계열사 포함)를 통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별도로 체결된 전환사채인수계약서에는 SM이 신주 혹은 주식연계증권을 카카오/카카오엔터에 우선적으로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SM은 24일 정정공시를 통해 <카카오는 위 각 계약에 따라 제3자 배정 발행 시의 우선인수협상권 및 제2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할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추천권을 갖습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24일 오전 하이브는 알려진 계약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하이브는 “본 계약이 담고 있는 법적인 문제들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해당 조항대로면 카카오/카카오엔터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으므로 일반 주주들에게 지속적인 지분 가치 희석이 발생할 수 있다”며 “본 계약으로 인해 추후 SM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투자자를 받기 어려워지고 사실상 카카오/카카오엔터는 SM의 경영권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하이브 측은 ▲카카오엔터가 SM의 국내외 음반/음원 유통에 대해 무기한 배타적 권리 가짐 ▲카카오엔터가 북/남미 지역에서 SM 아티스트를 관리 ▲카카오엔터에서 공연/팬미팅 티켓 유통을 총괄한다는 점을 근거로 수평적 협력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M엔터 측은 “카카오가 SM에 추가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요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분을 계속 늘려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SM은 “회사의 신규 제3자 배정 방식 투자 유치는 계획된 바가 전혀 없다”며 “특히 SM은 현재 정관상 신주 발행 한도가 거의 다 찼기 때문에(잔여한도 약 2만주, 0.08%), 정관 변경 없이는 추가 신주 발행을 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불가능”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사업협력계약에 항목별 세부내용이 없는 것을 두고 무기한 권리를 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세부내용은 향후 구체적으로 개별계약을 진행할 때 별도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SM은 지금까지 외부에 음원 유통을 맡겨왔고, 음원유통 경쟁력을 갖춘 업계 1위 카카오엔터와의 협력을 더 나은 조건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도 YG측에 5년 단위 계약으로 음반/음원 유통을 맡기고 있는 것처럼 유통전문사에 맡기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언론에서 일부분씩 공개된 계약 내용으로 ‘SM이 불리한 계약’으로 볼 수는 없다”며 “실제로는 협상 당시 SM이 ‘갑인 위치였으며 카카오가 내준 것을 감안하면 ‘라이크기획에 준하는 불공정 계약’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SM이 카카오엔터(카카오아메리카)와 미국 합작사를 설립하고 초대 대표이사로 장윤중 카카오엔터 부사장을 임명하기로 한 점에 대해 하이브 측은 “카카오엔터의 임원이 SM 주요 사업의 의사결정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면서 주요 사업협력 내용에 자사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란 평가가 있다. 카카오의 투자가 하이브의 이수만 지분 인수 계약 발표 이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문제를 삼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국내외 음반 유통 권리 부여나 해외 합작법인 설립, 공연 및 팬미팅 티켓 유통 등 하이브 측의 ‘수평적 계약이 아니다’ 주장의 근거들도 ‘내용 자체’를 봤을때는 일반적인 내용이다.
예로 2021년 네이버가 빅히트엔터(현 하이브)와 상호 투자 및 사업협력을 단행할 때도, 네이버가 빅히트의 자회사(위버스 운영)의 지분을 취득하고 자회사가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인수해 추후 ‘브이라이브+위버스=위버스컴퍼니’를 탄생시켰다. 새 플랫폼 운영에서 네이버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빅히트는 콘텐츠 생산 및 유통에 집중했듯 카카오엔터와 SM이 투자를 기반으로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고자 했다면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은 단순히 ‘일방적 계약’이라고 보긴 어렵다.
사안에 정통한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신주인수 우선협상권과 관련해서는) 제3자배정 시 특히 2대주주 등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투자자의 지분희석을 방어하기 위해(anti-dilusion) 통상 들어가는 장치”라고 말했다.
SM은 지난해 5월 주가부양 및 주주이익 제고를 목적으로 신한금융투자와 계약금액 100억원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던 SM은 하이브가 이달 공개매수 절차를 개시하자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고, 22일엔 2만5000주(약 30억원 규모)를 매수했다. 하이브는 SM이 지금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자사주 매입 중단을 요청했다. 이미 신탁계약을 맺어둔 상태긴 하지만, 신탁을 해지하거나 분쟁 이후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데도 회사 주가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행위를 ‘굳이’ 현상황에서 진행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편 24일 한 매체는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지분 14.8%를 인수하는 계약에서 하이브는 주식매매 거래종결일로부터 10년간 이 전 총괄에게 10억원씩 총 100억을 지원하고, 이 전 총괄이 이 돈을 ESG 활동에 사용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경영권 프리미엄의 대가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ESG 캠페인’에 대해 확인한 바 없다고 밝혔음에도 금전적 지원을 약속한 것은 하이브에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월 주총에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특히 국민연금은 어느 한쪽을 밀어주기 굉장히 조심스럽고 이는 KB자산운용을 포함한 주요 주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