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차량공유社 '올라' 거론, 투자 이후 순손실 지속
자동차 위주 포트폴리오…매수자 물색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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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이 그간 '신사업 투자'의 일환으로 확장한 해외 기업 투자 건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초 강조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체제 전환이나 자율주행 등 신사업과는 무관한 기업들이 그 대상이다. 다만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이 자동차 관련 기업인 까닭에 매수자 풀(Pool)이 한정될 것이란 전망이 짙다.
현대차 내부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는 그간 투자했던 해외 기업의 지분 매각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내부적으로 시너지가 안 나는 투자기업의 지분은 정리하라는 압박이 커지는 중이다"라며 "다만 매각 자체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 같다"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선택과 집중'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신사업 확장은 일시 중지하고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기투자 기업, 기존 계열사에 재투자하거나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할 뿐, 해외 타법인에 대한 '신규' 출자 소식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올초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전동화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신사업 등을 미래 먹거리로 언급했다. 해당 사업과는 관련이 적어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해외 포트폴리오가 정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단 인도의 차량호출기업 '올라'가 매각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해당 기업에 현대차(2700억원)와 기아차(700억원)가 함께 출자를 한 바 있는데, 투자 당시만 해도 협력을 통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거듭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의 차량공유 사업 추진 속도는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차량공유 자회사 '모션랩'을 청산키도 했다. 올라의 실적도 인수 이후 꾸준히 손실을 기록 중이다. 2021년 들어 실적이 소폭 개선되긴 했으나 여전히 1000억원대의 순손실을 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올라에 투자할 당시 협력 이후의 그림이 바로 그려지지는 않았다"라며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기업들을 먼저 정리하고 포티투닷이나 에어플러그처럼 현대차가 지분 투자 이후 직접 인수한 기업들에 보다 집중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여느 기업들처럼 2019년부터 신사업 물색에 노력을 쏟아왔다. 투자한 기업도 그 분야가 다양하다. 현대차는 상용전기차 기업인 어라이벌(1000억원), 리막오토모빌리(850억원)를 비롯, 차량공유 기업 그랩(3076억원), 올라(3400억원)과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4300억원)에 투자를 단행하며 주목을 받아왔다.
이를 위해 보유한 현금도 아끼지 않았다. 연간 총투자금액(CAPEX 및 지분투자)이 6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며 차량부문 순현금 규모는 2017년 15.8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1분기 기준 11.4조원으로 감소한 바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의 움직임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대차는 주로 자기자본으로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타 VC 하우스들처럼 펀드 청산기일에 구애받지 않고 투자금 회수 시점을 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꺾이고 있는 현시점에 회수에 나서려 한다는 설명이다.
매수자 물색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보유한 기업들이 대부분 자동차와 관련된 곳들인 까닭에 완성차 기업이 아닌 전략적투자자(SI)가 인수에 적극 나설 유인이 크진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VC 하우스들도 최근 꺾인 유동성에 초기 기업들 위주로 투자처를 물색 중이어서, 해당 구주를 인수할 의지가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500억원인 기업보다 100억원인 기업의 몸값의 상승 여력이 더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추후 평가손실이 커지기 전에 정리하자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현대차 뿐만 아니라 신사업 물색을 위해 투자를 확장한 다른 기업들도 투자건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특정 기업의 매각에 본격 착수하지 않는 이상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