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따상’에도 대형 딜 ‘잠잠’…“거품 꺼지면 침체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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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모 시장에서 중소형주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IPO 시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부분의 공모주가 세 자릿 수 이상의 일반 청약 경쟁률을 보였고, 청약 미달이 난 경우에도 상장 후 공모가 대비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의무보유확약을 체결한 기관 투자자와 주관사들의 마음도 가볍다는 후문이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은 총 10곳으로, 이중 티이엠씨를 제외한 9곳이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의 상한가에 도달하는 '따상'(더블 상한가)은 물론, 2거래일 연속 따상을 유지하는 '따상상' 기업도 나왔다. 미래반도체ㆍ오브젠ㆍ스튜디오미르는 따상에, 꿈비는 올해 최초 따상상에 성공하며 시장 내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
설사 티이엠씨처럼 일반 청약 흥행에 실패해서 실권주를 떠안는다 해도, 일단 상장을 하면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때문에 주관사 입장에선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평가다.
올해 상장 기업 10곳은 지난 22일 종가 기준으로 최소 25%에서 최대 293%까지 주가가 오른 상태다. 이중 4곳은 시가총액이 상장일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실제 티이엠씨 단독 주관사였던 한화투자증권은 청약 미달로 인해 실권주 24만주(68억원)를 떠안게 됐으나, 주가가 공모가 대비 25% 이상 성장하면서 오히려 평가이익을 보게 됐다.
이 같은 ‘IPO 대박’ 행진은 코스닥 지수 훈풍과 현재 증시 등락을 주도하고 있는 ‘2차전지 테마주’ 양상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금융 당국의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가 유지되는 가운데, 갈 곳 없는 돈이 전기차ㆍ2차전지라는 테마주에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상장한 삼기이브이(전기차 배터리)와 한주라이트메탈(전기차 부품), 제이오(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 등도 ‘전기차 테마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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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IB 업계에선 공모주 시장 불황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히 거세다. 2~3년 전처럼 전반적인 IPO 호황기가 오려면 멀었고, 지금은 테마에 맞는 100억~200억원 단위의 물량만 싼 값에 단기 트레이드되는 일명 '묻지마 따상'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공모 흥행도 상장사가 눈높이를 낮출 수 있는 ‘중소형 딜’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지적한다. 현재 시장 상황 자체가 코스닥 내 중소형 규모만 겨우 소화 가능한 상황이고, 그나마도 기업가치를 깎아서 공모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티이엠씨는 희망 공모가(최저 3만2000원) 대비 약 13% 할인된 공모가로 출발했고, 삼기이브이도 확정 공모가(1만1000원)가 최저 희망가(1만3800) 대비 깎였다. 스튜디오미르도 희망 공모가( 최저 1만5300원)를 예심 청구(2만원)보다 낮췄고, ‘IPO 재수생’ 제이오는 작년보다 공모가를 30% 낮게 제시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조 단위 이상의 대형 공모 딜은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큰 딜은 FI(재무적투자자) 회수 문제 등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 중소형 공모주처럼 값을 내려서 IPO에 올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한 소형주가 상장 후 따상, 따상상을 이어가는 행보를 두고 흡사 ‘폭탄 돌리기’를 하는 상황 같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따상이 시작되니 다른 종목들도 따상으로 이어져 지나치게 고평가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점점 기관이 물량을 매도하고 빠져나갈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때 매물이 출회되면서 거품이 꺼지면 2분기부터 전반적인 IPO 시장 침체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상장한 샌즈랩(사이버 보안 기업)의 매출이 30~40억원, 시총이 약 3000억원인데 업계 1위 안랩은 연 매출 3000억원에 시가총액이 7000억원이다. 매출이 60배 이상 차이나는데 시총은 2배 밖에 차이가 안 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어떤 회사가 나와도 시가총액 몇천억원은 할 수 있는 의미가 없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