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심사 피한 하이브, 지분율 15% 넘으며 사후심사 예상
카카오 맞불이 최대 변수…하이브 추가매집 가능한지 주목
적대적 M&A서 기업결합 어떻게 기능하는지 중요 선례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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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경영권 다툼은 기업결합 분야에서도 여러가지 선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대주주 지분 인수 및 공개매수로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생겼는데, 2대 주주 자리를 예약했다가 놓친 카카오가 이에 대응하면 양상이 달라진다.
적대적 M&A 양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어느 경우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생기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떻게 이를 심사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달 22일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로부터 SM엔터 지분 14.8%를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관련법에 따르면 다른 회사 주식의 15%(비상장사의 경우 20%) 이상을 취득·소유하게 되는 경우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즉 하이브의 이 전 총괄 지분 인수까지는 신고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공정위는 15% 미만이라도 시장 경쟁을 크게 해친다면 이를 심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이브는 14.8% 지분 외에 공개매수 방식으로 SM엔터 지분 25%를 추가로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로 공개매수 절차가 종료됐는데, 코스피 상장사 갤럭시아에스엠이 공개매수에 응해 SM엔터 지분 1%가량을 하이브에 팔았다.
대규모 회사(기업결합신고대상회사 및 그 계열사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합계가 2조원 이상)의 경우 기업결합을 사전신고해야 한다. 단 공개매수 방식으로 지분을 인수한 경우엔 사후신고를 진행하면 된다. 대주주 지분 인수와 공개매수가 거의 동시에 진행됐으니 사후신고에 의한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3일까지는 하이브 기업결합 신고가 없었다.
기업결합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획정(劃定)이다. 하이브-SM엔터 기업결합으로 영향을 받는 시장을 어디까지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점유율과 지배력이 달라진다. 공정위는 빅히트(하이브의 전신)의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인수, 네이버-하이브의 팬쉽 플랫폼 통합(브이라이브-위버스) 등 기업결합 건은 경쟁제한 우려가 적다고 판단해 승인했다.
하이브-SM엔터 기업결합은 수많은 레이블과 자회사를 거느린 엔터 공룡간의 결합이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공정위가 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있다. 음반, 공연, 아이돌 육성, 상품 판매 등 판단 영역이 다양하다. 하이브나 SM엔터 모두 글로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는데,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가 다르다. 공정위도 국내외, 특히 국내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느냐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가장 큰 변수는 카카오가 어떻게 움직이느냐다. 카카오는 지난달 SM엔터 유상증자 신주 및 전환사채(CB)에 투자해 2대 주주(총 9.05%)에 오른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이브가 뒤늦게 대주주 지분 인수 및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3일 법원이 이수만 전 총괄이 제기한 SM엔터의 신주 및 CB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도 인용하면서 난처한 상황이 됐다.
카카오가 SM엔터 공개매수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주당 9만원대에 투자하려던 카카오 입장에선 주가를 높여 공개매수에 나설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세워둔 협력 계약이나, 엔터 사업 성과가 필요한 카카오의 상황을 고려하면 공개매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지분율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을 타개하려면 공개매수가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
만일 카카오가 SM엔터 공개매수에 나서면 하이브는 대응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이브가 다시 맞불을 놓을 경우 대규모 자금 지출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카카오에 협력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와 카카오는 누가 ‘적대적 M&A’를 추진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도 엇갈린 주장을 펴왔다.
카카오가 SM엔터 공개매수에 나선 경우, 기존 기업결합 신고에 들어간 하이브가 맞대응에 나설 수 있는지 의견이 갈린다. 기업결합 신고는 해당 기업결합일부터 30일 이내에 해야 하고, 공정위는 그 후 30일 이내(90일 범위에서 연장 가능)에 기업결합 제한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심사가 진행되는 기간에 하이브가 추가로 지분을 사겠다 움직일 수 있는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판단에 따라 상당 기간 하이브의 발목이 묶일 여지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기업결합 신고를 해둔 상황에서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하이브가 맞대응 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라며 “딱히 정해진 규정이 없으니 주식을 추가로 사고 신고를 정정할 수 있다는 의견과 심사 중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기본 아니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분 경쟁이 거듭 이어질 경우 공정위가 어떻게 바라 볼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런 적대적 M&A에서 기업결합 절차를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한 사례가 거의 없다.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대형 주주간 지분 거래가 이뤄질 경우 사전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의 공정거래 전문 파트너 변호사는 “일단 하이브가 SM엔터 지분율 15%를 넘긴 후에는 새로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 아닌한 그 후의 구주 취득, 블록딜 등은 신고 사항이 아닐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양쪽의 움직임과 지분 변화에 따라 서로 신고 의무가 생기거나 사전신고 의무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런 적대적 M&A 상황에서 기업결합이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하이브의 기업결합 신고가 접수되면 지배구조관계 형성 여부, 시장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등을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대형 상장사를 지분 15% 내외로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지는 애매하기 때문에 향후 주주총회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기업이 추천한 임원들이 얼마나 선임되는지 등을 살펴 지배력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하이브와 카카오가 모두 15% 이상 지분을 가지게 되면 모두 기업결합 신고의무를 갖게 되는데 ‘두 회사가 동시에 SM엔터를 지배하는 관계에 있다’와 같은 애매한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