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인베 IPO, 공모는 무난? 상장 후 주가 관리ㆍ주주 환원은 변수
입력 2023.03.07 07:00
    4년 만에 상장 목전 LB인베
    2주 미루고 기업 가치 줄여
    자금 조달 시급했단 분위기
    공모 분위기는 호의적이나
    이후 주주환원 문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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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범 LG그룹의 벤처캐피탈(VC) LB인베스트먼트(이하 LB인베)가 이달 29일 코스닥 상장(IPO)을 목표로 공모 절차를 본격화했다. 지난 2018년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입성을 타진한 이래로 약 4년 만의 가시적인 행보다. 절치부심 끝에 기업가치 추산 방식도 바꿨고, 기업가치도 낮춰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LG라는 브랜드값과 함께 최근 IPO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공모 규모 100억~300억원대의 중소형 딜이라는 점을 이유로 공모 흥행을 점치고 있다. 다만 현재 공모 시장 내 가격 거품이 상당하고, 향후 발표될 실적이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 상장 직후 투자자들의 불만이 야기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LB인베는 오는 3월 13~14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같은달 20~21일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으로, 이번 공모를 통해 모집할 금액은 약 203억원(총 461만주)이다. 최대주주는 엘비(현 지분율 100%)이며, 상장 후 기준으로 79.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상장에 대해 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LG가(家)의 구본천 부회장이 경영 총괄을 맡고 있는 데다, 올해 초부터 IPO 시장에서 ‘중소형 딜’이 실패하는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 정도의 실적과 운용 이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1476억원의) 밸류는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투자운용사 대표도 “범 LG그룹의 회사가 상장 직후 유통 물량도 적고 공모 금액은 200억에 불과한 중소형 딜로 나온 셈”이라며 “요즘처럼 비이성적인 ‘묻지마 따상’ 공모 시장에선 흥행에 문제 없을 것“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호의적인 평가는 LB인베가 기업 밸류를 낮춘 영향으로 풀이된다. LB인베는 지난 1월 예비심사 청구 단계에서 기업가치를 약 1634억원에 제시했지만, 상장 절차를 약 2주 미루면서 1476억원으로 줄였다.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방식도 PBR(주가순자산비율)과 EV/AUM(운용자산비율)을 함께 적용하는 멀티플 방식에서 PBR 위주로 바뀌었다. EV/AUM이 국내 투자자에겐 생소한 방식이고, 이를 함께 적용할 경우 밸류가 올라갈 수 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실제 EV/AUM 평가만 적용했을 경우 예상 시가총액은 2410억원으로, PBR 단순 적용치(1476억원) 대비 높아진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EV/AUM이 국내 투자자들이 보기에 생소한 방식이고, PBR만 쓰는 것이 대중들에게 기업가치를 설득하기 좋다는 금융감독원 의견을 발행사와 상의 끝에 수용하게 된 것”이라며 “증권신고서 정정 과정에서 2주 전(예심 청구)보다 피어그룹의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LB인베의 기업 밸류도 (약 200억원 가량) 떨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LB인베는 지난 2018년 11월 주관사를 선정하고 실질적 절차를 완료했지만 원하는 만큼의 밸류를 인정받기 위해 상장을 미뤄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대출 금리 인상과 LP(기관 투자자) 참여 위축이 계속되는 ‘VC 한파’ 속 추가 자금 조달을 미룰 수 없게 되자, 기업가치를 줄여서라도 상장하게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LB인베는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26억원을 펀드(엘비혁신성장펀드Ⅱ) 출자에, 110억원을 오는 2024년 결성 예정인 신규 펀드의 출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사실상 전액을 위탁 운용사 출자금(GP 커밋)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구주 매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게 될 엘비그룹이 LB세미콘•LB루셈 등 다른 계열사에 투자한다거나, LB인베의 신규 펀드가 LG그룹 계열사의 신사업에 출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VC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업황이 좋지 않은데도 굳이 상장을 하는 배경에는 자금 조달을 해야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LB인베가 이번 신규 펀드 결성시 GP로서 약 10%를 출자해야 하는데, 현 자금 상황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상장 말고는 나은 대안이 없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LB인베가 상장 이후 투자자들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코스닥에 상장된 VC 대부분이 주가 하락을 겪는 상황에서 실적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LB인베의 피어그룹으로 꼽힌 아주IB투자•SBI인베스트먼트•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은 VC업계 호황기였던 지난 2021년 이후 주가가 ‘반토막’난 상황이다. 게다가 포트폴리오 벤처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VC 회사들의 실적마저 감소했다. 실제로 아주IB투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약 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4.8% 감소했고, SBI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개별 기준 당기순손실 15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VC 업계 특성상 펀드에 내야하는 기여금이 크기 때문에 배당도 적은 편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이 상장 이후 주가 관리에 소홀한 데다, 배당까지 하지 않으니 주주환원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21년 당시 기업가치를 비싸게 매겼던 벤처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상장 이후(3~4월) 발표될 LB인베의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며 “올해 4월 이후 공모 거품이 꺼지고,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 악재까지 겹치면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