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실패 하이브,후속 대응 나설까
양측 SM 주총 앞서 의결권 확보에 사활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 경영권 인수전이 본격 '쩐의 전쟁'에 들어섰다. SM 주식 주당 15만원을 제시한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40%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19%를 확보한 하이브는 '남은 카드'가 많지 않은데, 재차 공개매수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달 말 있을 SM 주주총회 표 대결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7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는 SM의 일반 주주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최대 35%의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총 1조2500억원 규모의 공개매수다. 카카오 측은 전날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가 취소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는데, 주요 경제신문에 게재할 주식공개매수 공고를 이날 밤 긴급히 넘길만큼 끝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측은 입장문을 통해 “(SM 카카오 카카오엔터)3사는 함께 성장하기 위해 서로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해 전략적 사업 협력을 체결했다”며 “현재 해당 사업 협력 및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이 위협 받고 있는 상황으로, 카카오는 SM엔터와의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현재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어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총 39.9%를 확보하게 된다. 카카오가 7일 제출한 공개매수신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28일부터 3월 3일까지 카카오엔터와 함께 SM 주식 116만7400주를 매수했다. 카카오가 78만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38만7400주를 각각 샀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 처음 장내매수하고 3월 2일, 3일 계속 지분을 매입해 공개매수 방해가 아님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하이브는 공개매수 기간동안 공개매수 외엔 SM 주식을 취득하지 못하고, 이에 그동안 카카오가 움직일 것이란 예상은 있었다. 5% 이상 매입 시 공시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동안 4.9%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공개매수 기간동안 SM엔터 주식에 대한 기타법인의 대규모 매입 건이 ‘시세조종’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카카오 측이 SM 주식을 매입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삼을 일이 아니지만, 주가가 크게 올라 공개매수에 실패한 하이브 측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이복현 금융위원장은 "위법이 확인되면 무관용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언급했다.
카카오의 투자 실탄은 어느정도 확보된 상황이다. 카카오엔터는 올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해당 투자금은 M&A(인수합병)에 쓰일 것으로 관측된 바다. 카카오도 조 단위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고, 은행 및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도 있다.
-
다만 SM 주가가 급등하면서 부담은 크게 늘어났다. 지난 3일 법원이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가 제기한 SM엔터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금지 가처분을 인용함에 따라 카카오는 주당 9만원에 지분 9%을 확보할 기회를 놓쳤다. SM 공개매수를 밝힌 7일 오전 카카오의 주가는 소폭 하향세를 보였다. 카카오 주주들의 입장에선 SM 인수에 자금 소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기 전 불과 몇 달 전까지 SM 주가가 지금의 절반 정도였다는 점도 고려된다.
카카오는 SM엔터 인수를 통해 상장을 계획중인 카카오엔터의 IP(지식재산권)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해 공개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인 카카오엔터는 웹툰 등 글로벌 확장성이 좋은 계열사로, ‘내수용’ 한계 극복이 필수인 카카오가 공을 들이고 있는(?) 계열사다. 2019년 전신이 카카오페이지가 단독 상장을 추진하다가 카카오 산하 엔터 계열사들을 합치고, 해외사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나스닥 상장 계획도 세웠던 바 있다. 경쟁사인 네이버는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 목표를 일찌감치 선언했다.
현재 카카오엔터 상장은 구체적인 계획이 밝혀진 바 없고, 급한 상황은 아니다. 올초 PIF와 GIC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을 당시 정해진 상장 기간이나 보장 수익률이 조건으로 담겨있지 않다고 전해진다. 다만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M&A만큼 확실한게 없으니 SM인수에 사활을 거는 것으로 해석된다. 1세대 K팝 기획사인 SM을 인수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단숨에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카카오가 ‘공개매수 맞불’ 카드를 내놓으면서, 하이브가 카카오가 제시한 이상의 가격으로 다시 공개매수를 단행할지 주목된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보유지분(14.8%)을 인수했고, 당초 25%가 목표였던 공개매수로는 0.98%만을 추가 확보했다. 향후 인수할 이 총괄의 남은 지분(3.65%)을 더하면 하이브는 19.4%의 SM 지분을 확보했다. 최근 하이브는 실탄 확보를 위해 해외 투자자 등을 상대로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정면 충돌로 이달 31일 SM 주총에서의 표 대결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사회를 장악해야 향후 경영권 분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나갈 수 있다. 1% 미만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이 대다수인만큼 누가 주총에서 더 많은 주주를 끌어들이냐가 관건이다.
SM의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4.32%), 컴투스(4.20%), KB자산운용(3.83%) 등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SM 경영진의 우호 지분인 얼라인파트너스는 1.1%을 가지고 있다. 주총 의결권은 작년 말일 기준이기 때문에 카카오와 하이브측은 의결권이 없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행사 가능한 의결권 지분은 8.96%다.
양사는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설득에 사활을 걸고 있다. SM 측은 하이브보다 한발 앞서 대규모 의결권 확보 자문단을 구성했다. 공시에 따르면 케이디엠메가홀딩스, 비사이드코리아, 머로우소달리코리아, 조지슨, 씨지트러스트, 제이스에스에스, 리앤모어그룹 등 7곳에 달한다. 하이브도 2일 주주제안 캠페인 전용 홈페이지를 열고 소액주주 표심 잡기에 나섰다. 공개매수가 실패하고 주총 표대결의 ‘정공법’ 선택지가 남으면서 SM과 계약하지 않은 의결권 대행 자문사 등을 접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