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행 이슈 해소는 호재
PRS 조기 정산…"주가변동성 의식"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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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두산에너빌리티(前 두산중공업)와 증권사 4곳이 체결한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이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끝을 맺었다. 두산밥캣은 오버행 이슈와 평가손실 리스크를 덜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에너빌리티가 PRS 계약 만기를 반년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조기 정산에 나선 배경에는 관심이 모이고 있다.
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신영증권 등 4개 증권사가 보유 중인 두산밥캣 지분 486만6525주는 7일 종가 대비 6.87% 할인된 3만6600원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됐다. 전체 물량의 70%는 해외, 30%는 국내 기관투자자(이하 기관)에게 배정됐다.
7일 기관들을 대상으로 제시된 할인율은 6.11%~8.03%였는데, 거의 밴드 최하단에 가까운 할인율이 적용됐다.
국내 한 기관투자자는 "워낙 전부터 이슈가 많았던 그룹이다보니 두산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투자를 다소 꺼리는 분위기 탓에 흥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는데 결과는 나름 선방한 모습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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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매각을 통해 두산그룹과 증권사 4곳이 체결한 PRS 계약은 5년 만에 청산이 됐다. 양측은 PRS 계약을 맺은 이래 최소 5차례 연장을 거듭해왔고 올해 8월 30일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었다.
2018년 두산에너빌리티는 자금조달을 위해 자회사인 두산밥캣 지분 10.55% 전량을 담보로 증권사들과 PRS 계약을 맺었다. PRS는 투자자들이 해당 자산을 처분할 시 최초 매수액과 차익을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해당 방식을 채택한 데 대해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서로간의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P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은 지난해 11월 취득한 지분 500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 데 이어 나머지 전량도 기관들에게 매각했는데 계약서 내용에 따라 이번 블록딜을 통해 증권사들이 얻을 지분 매매차익은 두산에너빌리티에 지급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블록딜 주식매매에 대한 브로커리지 수익을 얻기로 했다.
이번 블록딜 거래로 두산밥캣의 오버행 이슈가 해소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PRS 관련 오버행이 두산밥캣 주가에 할인 요인으로 작용해왔음을 감안하면 금번 딜은 호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블록딜 소식이 전해지자 두산밥캣의 주가는 8일 5%가까이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해 블록딜 당시 이뤄지며 주가가 10% 넘게 하락했던 지난해 11월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사상 최대 실적과 주가 상승기가 맞물린 시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PRS 계약에 따른 평가손실 인식 리스크를 안고 있던 최대주주 두산에너빌리티도 짐을 덜게 됐다. 계약상 두산밥캣이 기준 주가 수준보다 주가가 높지 않으면 두산에너빌리티가 금융사에 보전해야 할 손실분이 평가손실로 잡히곤 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계약 청산에 따른 영향을 살필 전망이다. 국내 신용평가사 한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회계상 장부 부담 해소와 관련해 향후 정기평가 때 질의를 하면서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일각에선 PRS 계약 만기를 약 5개월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중간 정산이 이뤄진 것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계약 정산 시점에따라 손익이 달라지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증권사들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며 "지분을 블록딜로 팔지, 발행사가 다시 지분을 가져갈지 여부는 보통 발행사가 정한다"고 말했다. 즉, 금번 블록딜 관련 의사결정 권한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만기일에 PRS 계약이 종료했을 경우 양측의 손익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이 한 번 좌절을 겪어본 바 있는 두산그룹 계열사에 대해 다소 냉소적 평가를 하고 있기도 하고 금리상승 등 매크로 이슈의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없지 않다"며 "주가 수준이 양호할 때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