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차일드, 국내 보험사와 유럽 인프라 투자 나선다
입력 2023.03.09 07:00
    글로벌 GP 찾아 나선 보험사… "직접 투자 한계 느껴"
    유럽 인프라 자산, 만기 길고 수익성 보장 된다는 장점
    금감원도 보험사에 현지 GP와 협업하라는 가이드라인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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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자산운용사 에드몬드 드 로스차일드(로스차일드)가 국내 보험사를 대상으로 유럽 인프라에 투자하는 펀드에 자금모집을 하고 있다. 최근 국내 보험사가 유럽 인프라 자산 투자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만큼 서로의 수요가 충족됐다는 평가다.

      로스차일드는 지난 달 한국을 찾아 인프라 펀드에 출자자(LP)를 모집했다. 이 펀드는 주로 서유럽에서 운용 중인 인프라 자산의 후순위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로스차일드는 지난 2019년 SK 1호 펀드를 결성한 이후 국내에서 약 3000억원의 운용자산(AUM)을 굴리고 있다. 앞선 두 펀드도 LP 대부분이 국내 보험사로 이뤄져있다.

      앞서 슈로더자산운용과 맥쿼리자산운용도 국내 보험사와 함께 유럽 인프라 펀드를 결성했다. 슈로더자산운용은 2017년과 2020년 '유럽 후순위 인프라 대출 펀드'을 조성했으며, 맥쿼리자산운용도 지난해 '맥쿼리 유럽 인프라 펀드 7'을 설립했다.

      최근 국내 보험사가 유럽에 위치한 글로벌 운용사(GP)와 손을 잡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는 유럽 인프라에 투자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니즈가 커졌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핵심 사업인 보험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익률 제고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해외 대체투자 확대를 목적으로 블랙스톤과 약 1조원 규모의 펀드 투자 약정을 체결했다. 신한라이프와 KKR의 최고경영진이 회동하자, 업계 안팎에서 양사 간 자산운용을 위한 협력이 이뤄질 거란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한금융그룹과 KKR은 2020년 '글로벌 대체투자 파트너십 업무협약(MOU)'을 맺어 해외 대체투자 관련 장기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20년 보험업법 개정안이 마련되며 보험사 해외투자 한도가 일반계정은 30%에서 50%로, 특별계정은 20%에서 50%로 확대됐다. 해외 투자를 늘려 자산운용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둔 규제 합리화였다.

      그러나 코로나로 증시가 주저앉으며 보험사의 해외투자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유럽권 대체투자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자산 가치가 폭락해 운용상 어려움이 가중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보험사는 유럽 자산을 담을 때 직접 투자한 경우가 많았으나, '불안한 시기'를 겪으며 손실이 커졌다. 아울러 국내에서 직접 투자 시 '괜찮은' 매물을 찾기 어려워 보험사가 기대하는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웠다고 전해진다.

      이에 보험사는 직접 투자에서 현지 GP를 통한 투자로 전략을 선회했다. 유럽 현지 사정에 밝은 GP와 함께 투자해 수익률을 방어하고자 하는 수요가 커진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9.3% 상승한 87조3000억원(총자산 대비 6.7%)이었다. 투자 대상은 부동산 투자(32.8%)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투자지역은 북미(40.9%), 유럽(21.8%), 아시아(9.2%) 순으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유럽 자산의 익스포져를 늘릴 때 현지 GP와 협업해 투자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보험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대체투자의 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는 등 선제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이 금감원장은 14개 생·손보사 CEO와 가진 간담회에서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철저한 심사와 사후관리를 당부했다.

      다만, 최근 LP로 참여하는 보험사들이 유럽 GP에 자금납입요청(캐피탈콜) 시기를 미루자고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관투자자는 유로 펀드에 투자할 때 100~200bp(1bp=0.01%)가량 환프리미엄이 있을 때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유로-원 환율이 높아져 역마진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업계는 고정수익(fixed income)에 관심이 높아 대체투자 부문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프라 사업은 수익률은 낮더라도 만기가 길고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