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은행 금리 담합 조사에 대형 로펌들도 분주
입력 2023.03.09 07:00
    공정위, 6개 은행 대상 현장 조사…금리 산정 시 담합 여부 쟁점
    은행 로펌 선임해 대응…KB-김앤장, 신한·하나-율촌 우리·농협-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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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은행들의 대출금리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은행들이 사전에 정보를 교환하고 대출 금리 등을 설정했는지 점검한다는 것인데 은행권에서는 금리 담합은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은행들은 앞으로 이어질 공정위 조사에 대비하고 반박 논리를 마련하기 위해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하는 등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지난달 27일부터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기업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이 사전에 정보를 교환하고 예금·대출 금리를 산정해 막대한 이익을 취한 정황이 있는지를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행보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를 비롯, 여러 석상에서 은행들의 과점에 따른 폐해가 크다는 점을 거듭 지적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감독당국도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꾸려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공정위가 은행들의 담합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를 적용해 정해지는데 경쟁 상황에서는 이 수치들을 일률적으로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재’인 은행들이 고금리 장사로 돈을 버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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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는 지난 2012년 대출금리 기준으로 쓰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SC제일 등 6개 은행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국공채 금리와 달리 CD금리만 비슷하게 유지됐다는 점이 문제의 발단이었는데, 공정위는 4년만에 증거 부족으로 심의절차를 종결했다.

      은행 입장에선 ‘담합’ 혐의가 입증될 경우 시정조치, 과징금, 나아가 공정위의 고발에 의해 형벌을 받을 수 있어 부담이 크다. 과징금은 위반행위 기간 중 관련상품·용역 매출액의 20% 이내 범위에서 부과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타격이 커질 수 있다.

      이에 은행들은 대형 법무법인들을 선임해 적극 대응에 나선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이 김앤장,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율촌,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세종을 각각 선임했다. 현장조사에서 공정위의 공세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마련한 한편, 앞으로 본격화할 논리 싸움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서로의 연계성을 부인해야 하는 담합 사건의 특성상 한 법무법인이 여러 당사자 고객의 일을 수임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앞으로 절차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단계마다 새로운 법무법인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군기잡기’에 공정위까지 가세한 것은 아주 이례적이기 때문에 법무법인들도 이번에 업무 수행 사례를 쌓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한 대형 법무법인 공정거래 담당 파트너 변호사는 “담합 사건에서 한 법무법인이 여러 고객을 맡는 것이 흔치는 않지만 아주 드물지는 않다”며 “은행들이 현장조사 대응, 심사보고서 작성 등 각 단계마다 다른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