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그랜드하얏트 매각은 진행중?…5월 중도금 1600억ㆍ12월 잔금 2200억 마련해야
입력 2023.03.10 07:00|수정 2023.03.10 14:25
    인수금융 부채 제외시 실제 현금지급은 약 4200억원
    블루코브, 계약금 400억 지급…5월 중도금 지급시 소유권 이전하기로
    투자자 모집이 관건…호텔 2년째 영업손실인데 이자면 연간 200억 소요
    •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진 왼쪽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배상윤 KH그룹 회장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진 왼쪽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배상윤 KH그룹 회장

      KH그룹의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법인명 '서울미라마유한회사') 매각이 인수대금 마련을 위한 펀드레이징을 예정 중이다. 인수자인 블루코브자산운용은 5월말까지 중도금 1600억원을 모집해 지급하고, 연말까지 추가 잔금 2200억원을 모아야 한다. 

      다만 하얏트호텔이 2년 연속 영업적자인데다 추가적인 수익원이 없고,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KH그룹의 평판 리스크로 인해 투자자(LP) 모집과 설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알펜시아 불법입찰ㆍ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KH그룹은 지난 2월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금액은 7000억원대 초반, 인수자는 부동산 운용사인 블루코브자산운용이 조성하는 특수목적회사(SPC) '한남747'이다. 

      KH와 블루코브는 이 매각으로 4000억원대의 현금이 그룹으로 유입되며, 최초 하얏트 인수 당시와 비교하면 2000억원대의 차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이 발표되면서 KH 필룩스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KH 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폭등했다. 

      이번 매각은 아직 진행 중이다.  

      KH가 밝힌 매각가 7000억원대 가운데 실제 현금이 지급되는 금액은 4200억원 정도다. 나머지는 3500억원은 하얏트 호텔이 떠안고 있는 부채를 블루코브가 인수하는 형태다. 

      이 부채도 하얏트가 진 빚이 아닌, KH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빌린 금융기관 빚을 햐앗트에 모두 떠넘기면서 생겨난 부채다. 

      KH가 지난 2019년 12월 하얏트를 인수할 당시. 이때도 특수목적회사(SPC)인 '인마크호스피탈리티유한회사'를 설립, KH 계열사들이 이에 자금을 대도록 하고 이 유한회사 명의로 금융회사들로부터 3년 만기로 총 4400억원 가량의 빚을 빌렸다. 선순위 3400억에 연3.2% 이자, 후순위로1000억 연 4.6% 이자가 적용됐다. 

      이어 KH는 곧바로 4개월 뒤 하얏트호텔과 특수목적회사를 합병시켰고, 이로 인해 4400억원의 빚은 고스란히 하얏트호텔에 전가됐다. 이른바 '합병형 LBO'로, 최대 주주 부채를 M&A가 되는 회사에 수천억씩 떠안기다보니 종종 국내 법조계에서 위법논란이 제기됐던 형태다. 

      이 부채 가운데 1000억원 가량은 KH그룹이 하얏트호텔 주차장 부지를 매각하면서 받은 돈으로 상환됐다. 남은 부채에 대환대출을 진행, 6%대 변동금리를 적용한 3500억원 가량이 하얏트 호텔에 남아있다. 블루코브자산운용은 앞으로 하얏트의 이 부채를 감당해야 한다. 

    • 남산 그랜드하얏트 매각은 진행중?…5월 중도금 1600억ㆍ12월 잔금 2200억 마련해야 이미지 크게보기

      인수자인 블루코브자산운용은 이지스자산운용 출신 김승범 대표가 2019년 설립한 부동산 운용사다. 아주호텔로부터 '더쇼어호텔 제주'(옛 하얏트 호텔 리젠시 제주)를 인수해 '파르나스 호텔 제주'로, 또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을 '그랜드 조선 부산'으로 개발한 이력이 있다.

      블루코브는 KH에 지급해야 할 대금 4200억원 가운데 우선 계약금 400억원을 지급했다. 이 자금은 코스닥 상장사이자 의류제조사인 JS코퍼레이션으로부터 마련됐다. JS코퍼레이션은 5월말까지 갚는 조건으로 블루코브에 350억원을 대여하고, 별도로 36억원을 블루코브에 출자했다.

      남은 인수대금은 '5월말 중도금 1600억원+12월말 잔금 2000억원'으로 지급된다. 이에 블루코브는 5월말까지 중도금 1600억원을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해야 한다. 이때 JS코퍼레이션에 빌린 350억원도 상환해야 하니 실제 모집해야 할 중도금은 2000억원 가량이다. 국내 기업이나 기관투자가나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펀드레이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금은 하얏트를 인수할 특수목적회사의 '우선주'(혹은 메자닌)를 인수하는 형태로 모집된다. 연 8%수익을 보장하는 조건. 다만 보장수익은 매년 지급되지 않고 하얏트호텔을 수년뒤 다시 경영권 매각 대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특이하게도 KH그룹과 블루코브는 5월말까지 이 중도금만 내면, 잔금지급 이전에도 하얏트호텔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즉 블루코브로서는 중도금만 내면 이때부터 하얏트호텔에 대한 소유권과 지분 처분권 등을 보유하게 되며 필요할 경우 추가매각도 가능하다.

      남은 잔금 2200억원은 연말까지 지급되기로 양측은 계약을 맺었다. 역시 블루코브가 조달해야 하는데 하얏트를 인수할 특수목적회사의 '보통주'로 조달된다. 

      업계에서는 이 보통주 자금에 대해 500억원 가량을 KH그룹 계열사들이 후순위로 출자하고, 1700억원 가량은 JS코퍼레이션이 보통주 출자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한다는 내역이 거론됐다. 다만 블루코브자산운용은 이에 대해 "KH그룹의 보통주 후순위 출자라든가, JS코퍼레이션의 보통주 출자금 보증은 계약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향후 계획에도 없다"라며 "KH그룹과 하얏트호텔은 이번 거래로 양측 관계가 완전히 마무리된다"라고 밝혀왔다. 

      향후 거래 성사 관건은 중도금 마련 여부다. 

      회사가 공시한 바에 따르면 햐앗트호텔은 이 회사는 지난 2020년ㆍ2021년 2년 연속으로 각각 320억ㆍ220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 상황에 따른 적자로 풀이된다. 다만 영업이 정상화되더라도 매년 이익은 2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하얏트호텔이 떠안은 부채 3500억원의 연간 이자다. 변동금리 6%를 적용하면 매년 이자상환면 210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즉, 하얏트가 벌어들이는 돈은 거의 전부가 이자상환에 소요되고 투자자에게는 거의 돌아갈 몫이 없다. 이러다보니 블루코브도 "8%수익을 보장하되 우선주 투자자에게 중간배당 등은 어렵다"라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얏트 호텔이 수년뒤 더욱 비싼가격에 매각되지 않으면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 큰 고민거리는 '평판 리스크'로 꼽힌다. 남산 그랜드하얏트는 KH그룹에 인수된 이후 각종 의혹에 시달려 왔다. KH가 인수한 후 하얏트호텔 사장으로 내려보낸 인물은 신현택 전 분당경찰서장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당시 서장에 취임한 인사다. 또 하얏트호텔 주차장 부지는 대장동 사건 핵심인 김만배 씨가 한때 타운하우스 건설ㆍ분양사업을 하려던 정황이 검찰조사에서 밝혀졌다. 

      KH그룹 배상윤 회장은 알펜시아 입찰비리는 물론,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대북송금 의혹과 함께 각종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해외에 체류 중이며 귀국하지 않고 있다. 블루코브는 이런 평판을 감내하고 하얏트 인수에 참여할 투자자를 모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