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화우 '경영권 분쟁팀' 해결사로 자주 고용되며 화제
문제제기 만으론 실익 의문…대주주 권리 흔들기도 쉽지 않아
SM엔터 분쟁 중요 선례될 듯…'경영판단' 한계와 근거 재확인
"대주주 맘에 안드니 영향력 낮춘다? 법의 취지에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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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권 분쟁의 양상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경영권을 둔 표대결을 벌이는가 하면 소액주주의 힘을 모아 이사회에 진입하려는 시도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이런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는데 모든 '화제몰이'가 호응을 얻거나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지배구조에 대한 치밀한 고민 없이는 공허한 외침이 될 수밖에 없고, 법이 보호하는 대주주의 권리에 생채기를 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많은 분쟁 사건이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KT&G에 한국인삼공사 분리 상장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나 소액주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과거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서도 개인 최대주주 박철완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과 경영진의 벽에 막혔다. 큰손 행동주의 펀드로 부상한 KCGI는 한진칼, 오스템임플란트 사안에서 명분에 집중하기보다 실익을 챙겨나가는 데 주력했다.
법무법인 화우 경영권 분쟁팀은 이런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재계나 사모펀드(PEF)에서 자주 고용된 조직이다. 다른 대형 로펌들이 '이해상충' 문제로 수임을 피할 때도 업무를 많이 맡았다. 최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에서 '인용'결정을 받아내며 승소,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한앤컴퍼니와 남양유업 분쟁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이 팀의 주축인 윤영균 화우 변호사는 “친인척간 경영권 분쟁은 항상 많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KCGI나 얼라인파트너스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많아지면서 경영권 분쟁 범위가 넓어지고 수도 많아졌다”며 “경영권 획득까지는 아니어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나, 주총에서의 임원 자리 하나를 두고 표대결을 나서는 일들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SM 인수전은 초유의 경영권 분쟁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 경영진이 최대주주와 대립하는 양상이 되며 '배신'과 '노욕' 프레임 선전이 치열했다. 인수전은 지난 12일 카카오와 하이브의 타협으로 일단락됐지만, 향후 나타날 경영권 분쟁에 있어 시사점도 남겼다. 경영진의 판단의 근거와 한계, 치밀한 논리 구성 없이는 경영진이 대주주의 권리를 해할 수 없다는 점이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과연 경영진의 선택으로 지배주주를 바꿀 수 있는가’ 입니다. 플랫폼 카카와의 사업 협력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자본 조달 방법이 왜 하필 제3자 신주 발행인지, 그것도 왜 10%에 달해야 하는지를 SM 측은 설명을 못했습니다”
SM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사건 사건에서 이수만 전 총괄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는 판결에 앞서 ‘승리’를 예견했다고 말했다. 화우에서는 유승룡 대표변호사가 진두지휘하고 김창권·류정석·안상현·윤영균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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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은 지난 2월 7일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확보, 2대 주주에 오른다고 공시했다. 다음날 이 전 총괄은 카카오의 신주 및 CB 발행을 금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달 3일 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이 전 총괄은 가처분 신청 후 SM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기고, 하이브는 공개매수에 나섰다.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참패하자 카카오도 반격 공개매수에 나섰다.
SM 인수전의 ‘1라운드’였던 가처분 소송에선 경영권 분쟁의 쟁점은 ‘신주 배정의 정당성과 필요성’이 인정되는지였다. 상법 418조는 신주발행의 경우 기존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인 경우(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에만 제3자 배정을 허용하고 있다. SM의 카카오에 대한 신주 및 CB 발행이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인지가 주요한 이유인 셈이다.
이 전 총괄 측은 신주 발행이 "졸속으로 내려진 의사 결정, 최대주주 배제 목적"이라고 주장했고 SM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며 전략적 제휴 필요성에 따른 경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SM의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부정했고, 신주 발행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임박한 상태’에서 카카오의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류정석 화우 변호사는 “SM 경영진과 이사회가 어떤 정당한 ‘경영상 목적’이 있어서 신주 및 전환사채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소명이 없었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며 “SM이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일반 사채 발행이나 주주 공모, 차입이 아니라 꼭 제3자 주주배정이어야 했는지, 게다가 9%에 달하는 규모여야 했는지가 문제다. 설 연휴를 전후로 급박하게 결정을 내린 SM 경영진은 이 사항에 대해 얼마나 철저히 검토했는지에 대해 증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SM 측이 ‘경영 판단’이라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이는 법리에 어긋난다. 기존 주주의 지배력을 인위적으로 저하시키는 일을 한다면 그 ‘경영 판단’이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적절했다는 증명이 되어야 하는데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SM 측에 득실을 따져 보고, 기존 주주들에 끼칠 영향과 시장 반응을 검토하고, 대주주에 의사를 물었는지, ‘경영 판단’에 대한 서면 자료를 요청했으나 제출하지 못했다. 밀실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SM 가처분 사건에선 경영진의 경영 판단이 어디까지 허용되느냐에 대한 법원의 기준도 드러났다. 소유와 경영의 원칙에 따라 주주의 뜻을 위임받아 처리하는 경영진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기존 주주의 지배력을 약화하는 행위는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유범 화우 변호사는 “SM 측 주장이 정당하려면 여러 고려를 했는데 카카오에 신주를 발행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안그러면 모든 경영진이나 이사들이 ‘주주가 맘에 안드니 바꿀래’가 가능해진다. 자본조달이나 협력 필요성이야 어느 정도 통상 있는 것인데, 매번 신주를 내주는 식으로 해버리면 오히려 경영권 분쟁을 야기하는 것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SM 측 논리대로면 대주주가 나쁜 짓을 했으니 나가라는 것인데, 그렇다고 경영진이 마음대로 대주주를 바꿀 수는 없다. 이수만이 있어서 회사가 망하겠다 싶으면 나머지 82% 주주들이 나서서 내보내든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승룡 대표 변호사는 이번 SM 가처분 사건 의의에 대해 "전문 경영인은 경영활동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있지만 소유구조는 인위적으로 변경하려 해서는 안된다"며 "재판부가 이번 SM 신주발행 가처분 사건 판결을 통해 상법 418조의 원칙상 제3자 배정이 가능한 경우와 그 한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명확하게 확인을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화우는 2020년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자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건에서는 한진칼을 대리해 기각 결정을 이끌었다. 이번 SM 사건과는 반대 입장에서 ‘방어’에 나섰었다. 화우 측은 한진칼 사건과 SM 사건은 법적 쟁점은 같지만, 상황과 근거가 명확히 다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당시 전세계적으로 항공산업이 위기였고 대한항공은 국책은행의 지원 없이 독자 생존이 불가능했다.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제안은 유일한 생존 방안이었고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필수조건이 제3자배정 신주발행이었다. 산은 입장에서도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구조적 재편 및 경영진에 대한 감시라는 목적이 있었다. 이런 검토들이 오랜 기간 이뤄졌고, ‘이 방법밖에 없다’가 법원에서 인정이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화우는 최근 시장의 주요 경영권분쟁인 한진칼과 금호석유화학 사건에서 회사를 대리했고 BYC, 남양유업 등 분쟁 사안에서도 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한진칼에 이어 이번 SM 사건에서도 성과를 내며 경영권분쟁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화우의 경영권분쟁팀은 정진수 대표와 유승룡 대표를 필두로 김유범·류정석·안상현·윤영균·조준오·박기만 변호사 등 20여명의 변호사들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