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은행업 빗장 풀겠단 금융당국…삼성 금융사가 최대 수혜?
입력 2023.03.16 07:00
    반년 만에 전금법 개정·종지업 도입 카드 꺼내든 금융당국
    사실상 은행업 허가…갑작스런 속도전도 은행 견제 목적?
    쉽지 않단 평 지배적이나 현실화시 금융 플랫폼 경쟁 격화
    "삼성도 진출 가능"…빅테크·대기업·은행지주 지각변동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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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다시금 은행업 빗장풀기에 나서며 금융산업 일대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사실상 개혁 대상으로 떠오른 은행권 수심은 깊어지지만 수혜가 예상되는 비은행 사업자를 포함해 금융권에선 갑작스러운런 당국 속도전에 의아하단 반응도 내놓고 있다. 

      빡빡한 국내 금융산업 규제 환경 탓에 쉽지 않을 거란 시각도 많지만 빗장이 풀릴 경우 금융 플랫폼 경쟁엔 불이 붙을 전망이다. 동시에 결국 최대 수혜자는 카드와 보험·증권 등 비은행 금융 계열을 거느린 삼성 등 대기업이 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은 비은행 금융회사에 종합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전자자금이체업'을 활성화하는 절충안을 내놓으며 중단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과 종합지급결제사업자(종지업) 도입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금융권에서 종지업 도입은 비은행 금융사는 물론 전자금융업 등 비금융 사업자도 금융위 지정만 거치면 사실상 은행업을 허가받는 구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계좌 개설 허용이 은행의 '예금 수취' 기능을, 후불결제 허용이 사실상 '여신 제공' 기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비은행 금융사는 계좌를 개설할 순 있어도 금융 결제망 인프라에 직접 참가할 수 없어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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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은행 사업자를 통해 대형은행을 견제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라지만 반년도 안 지나 다시 종지업 도입에 속도를 내는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도 오간다. 

      금융당국 출신 한 인사는 "당시 금융위 전자금융과에서 1년 넘게 매달린 사안인데 나중엔 한국은행과도 대립하게 되며 반쪽 결론이 났다"라며 "결국 담당 실무자가 크게 좌절해 자리를 비우게 됐는데, 현재 금융당국이 재추진하는 내용이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다. 내년 있을 선거 등 정무적 판단이 깔려 있을 거란 시각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연초 정부가 국내 은행업 경쟁 구도를 5대 은행의 독과점 체제로 진단해 '이를 깨트리라'는 주문을 내놓은 시점부터 비슷한 관측이 많이 제기되기도 했다. 종지업 도입 논의 자체도 금융당국이 대통령 지적 직후 출범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다루고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은행지주의 힘을 빼놓는 선에서 그칠 수 있다는 회의적 반응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점 폐해가 심각하단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국내 금융지주의 시장 지배력이나 영향력이 막강한 것은 사실"이라며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연체율이 후행적으로 올라가는 게 보이고 있다 보니 대형은행을 견제해 대출금리를 억제하는 동시에 중·저금리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 종지업 카드를 다시 꺼내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라고 말했다.

      전금법 개정안이 그간 표류한 배경과 마찬가지로 일단은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많다. 종지업을 도입하면 선불업으로 우회 진출한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플랫폼은 물론 증권사와 카드사, 보험사를 거느린 대기업도 은행업을 드나들 수 있게 된다. 수십 년 된 금산·은산분리 원칙까지 손대야 한다. 

      이들에 은행에 준하는 건전성 규제나 소비자보호 의무를 부과해야 하는 등 선결 과제도 만만치 않다. 

      종지업이 전금법에 근거하는 만큼 지정된 사업자는 금융사가 아니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규율 대상이 아니다. 계류 중인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최저 자본금 규제도 200억원에 그쳐 은행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허들이 낮을 뿐 아니라 따라야 할 의무도 적다는 얘기다. 

      다만 일단 현실화한다면 금융산업 내 플랫폼 경쟁엔 본격 불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카드와 보험, 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이나 한화그룹 등 대기업의 자체 금융 플랫폼 사업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업을 인가 받은 빅테크의 우위가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 테크 기업과 비은행 금융사 사이 지분 교환 등 방식으로 구축된 동맹전선도 변화가 예상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급결제 사업 허용의 핵심은 은행업에 겹겹이 적용되는 규제는 받지 않으면서 수신과 여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비은행 금융 계열사는 물론 자본력이 압도적인 삼성그룹도 진출이 가능하단 얘기인데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지주 입장에선 잘 해봐야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은행업을 중심으로 지주사가 비은행 금융 계열을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당국이 은행지주 견제 차원에서 종지업 카드를 다시 꺼내든 상황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환과 자체 플랫폼 구축 사업에 공을 들여온 상황에서 빅테크와 대기업의 존재감만 커질 거란 우려도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