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금융-방산 계열사간 실적 차이 ‘뚜렷’
한화 금융사, 투자 유치中 방산 이유로 거절
방산ETF 따라가보지만…KIET 투자 기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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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영향으로 국방비가 늘어나자 최근 국내 방위 산업체들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화의 방산 부문을 이끌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舊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의 폴란드 수출과 국내 방산 사업의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는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금리 인상 여파와 판매 관련 비용 증가로 지난해 4분기 전체 금융 부문이 적자 전환한 상황에서, 모(母)기업의 방산 이미지가 강화될수록 해외 연기금이나 국제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부 한화 금융 계열사가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기관 자금 중 한 곳이 한화그룹 모기업의 방산업을 이유로 출자를 거절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한화 금융사 자금 조달 당시 일본계 은행 자금이 들어오기로 했는데, 그 은행이 무기를 생산하는 모기업 때문에 안된다며 대출 의사를 철회한 경우가 있었다”며 “비인도적 무기인 집속탄(분산탄) 사업을 매각했고, 대량 살상 무기가 없다는 것을 인정받아 대부분의 투자 배제가 풀렸는데도 이런 일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르웨이 연기금을 비롯해 네덜란드 공무원연금, 스웨덴 연금펀드, 덴마크 공적연금, 프랑스 연기금(FRR), 룩셈부르크 연금펀드(FDC) 등 글로벌 LP들은 한화그룹 전체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세계 3대 은행인 네덜란드의 ABN AMRO와 연금펀드(MN Services)도 한화생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출연기관인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방산 기업들은 해외 연기금들의 투자 기피로 인한 주가 저평가, 해외의 ESG 평가 결과를 참조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출 축소로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물론 모기업의 방산업을 상품화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올해 1월 ‘ARIRANG K방산Fn’ ETF(상장지수펀드)를 코스피에 상장시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ㆍ㈜한화ㆍ한화시스템 등 방산 계열사 시너지를 모아 금융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출시 한 달 만에 순자산 200억원을 돌파하며 '효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모기업의 방산업 이슈로 인한 부담을 완전히 상쇄하기엔 아쉽다는 평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한화그룹의 금융 부문과 비금융 부문의 실적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한화생명ㆍ한화손해보험ㆍ한화투자증권 등 금융 부문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연결 영업손실 7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방산ㆍ건설 등을 포함한 비금융 부문은 123.6% 증가한 53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금융 부문 대표 계열사인 한화생명의 2022년 연간 별도 당기순이익은 3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 감소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연간 순이익도 지난 2021년 1441억원에서 지난해 477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한화자산운용의 실적 감소세는 더욱 가파르다. 1년 만에 연간 순이익이 186억원에서 12억원으로 무려 93.5% 감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자산운용사 중 가장 큰 하락세다.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자산운용 모두 고금리와 맞물려 주식ㆍ채권ㆍ부동산 등 고유자산 투자손실이 컸다.
그나마 한화손해보험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93.7% 증가한 순이익 3021억원을 기록, 금융 부문 실적을 보완했다.
반면 방산 계열사는 뚜렷한 실적 상승세를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 6조5396억원, 영업이익3753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18%, 35.5%씩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말 폴란드 K9 1차 초도 물량 수출, 기존에 수주했던 30㎜ 차륜형대공포 및 화생방정찰차 국내 공급 등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 방산 부문의 해외 수출이 강력한 성장세를 견인하고, 올해부터 ㈜한화방산의 합병으로 실적이 더해지면 레벨이 한 단계 올라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SG가 글로벌 자금 운용의 척도가 된 상황에서, 한화그룹의 방산업이 커질수록 금융계열사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방산업이 그룹 실적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억지로 사업을 축소하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화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다양하게 투자 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석탄 프리’등 ESG에 대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