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에 BTS, 위버스에 에스파? 실행안 안갯속
"K팝 플랫폼 동맹이냐 치킨게임이냐 기로"
이수만 전 총괄 보유 지분 처리 방안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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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퇴각으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이 정리된 가운데 카카오와 하이브의 '동맹'이 어느 수준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SM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 보다는 '팬쉽 플랫폼'의 주도권이 어디로 가느냐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이었던 만큼 양쪽의 실익 계산이 치열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하이브와 카카오 사이에서 입지가 '붕 뜬'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개인회사 지분 처분, 주주제안 철회 등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도 관심사다.
15일 열린 관훈포럼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SM 인수전을 승패로 보지 않는다”며 “우리 미래에 가장 중요한 축인 플랫폼에 관해 카카오와 합의를 끌어내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협력 방안에 관한 질문에는 "아직은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이른 시일 안에 실질적 협력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양측의 ‘플랫폼 협업’ 방안은 팬쉽 플랫폼 문제가 핵심일 것으로 관측된다. 애초부터 ‘SM 회사’ 자체는 어느 기업에 인수되어도 크게 달라질 게 없고, 팬쉽 플랫폼을 누가 이끌게 되느냐는 것이 핵심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했다고 가정하면 가장 크게 달라질 것은 팬쉽 플랫폼 구도다. 현재 국내 팬쉽 플랫폼은 하이브의 위버스, SM의 디어유(버블) 양강 체제다. NC소프트의 ‘유니버스’는 올해 초 디어유가 IP 계약권 일체를 인수하며 문을 닫았다.
엄밀히는 위버스와 버블은 서비스가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 위버스는 아티스트별 ‘팬덤 활동’에 초점이 맞춰진,반면 버블은 아티스트와의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가 핵심이다. 위버스와 버블에 동시에 입점한 아티스트들도 다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둘을 완전한 경쟁구도로 보긴 어렵다.
다만 하이브가 최근 위버스에서 유료 아티스트 메시지 서비스를 선보일 움직임을 보이며 경쟁 압박이 커졌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위버스에 SM 아티스트들이 버블에 하이브 아티스트들이 입점하는 방식의 협력이 예상됐다. 상대적으로 위버스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 바 있다.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게 됨에 따라 외형적으로 ‘버블(카카오) vs 위버스(하이브·네이버)’ 경쟁 구도가 불가피해졌다. IP(아티스트)는 한정돼 있으니 양쪽이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치킨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와 하이브가 '플랫폼 협력'을 내건 만큼, 경쟁보다는 시너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강조하듯 'K팝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경쟁보다 뭉치기'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SM과 카카오, 하이브 모두 플랫폼 협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정한 바는 없고 현재 상황을 정리 중인 분위기”라며 “최악의 경우는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고 최소한은 SM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입점 정도가 예상된다. 하이브도 ‘남는 것’이 있으니 발을 뺐을텐데, 카카오도 플랫폼 주도권을 넘겨줄 수는 없을 테니 어느 수준으로 협력을 할 것인지는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와 카카오는 극적 합의를 이뤘지만, 이 사안의 ‘시작’인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는 카카오·SM 측과 풀어야 할 매듭이 남아 있다. 이 전 총괄 입장에선 주식을 넘겨 힘을 실어준 의미가 퇴색된 상황이다. 카카오가 부상한 마당에 하이브에 넘기기로 했던 개인 회사 지분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이수만 전 총괄은 지난달 법률대리인을 통해 이번달 정기주주총회 제안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올해 주식을 산 하이브는 실질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작년말 기준 주주인 이 전 총괄이 하이브와 조율된 안을 낸 것이다. 제안 사항은 지배구조 개선, 이사의 책임 강화,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 및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이사회의 전문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이사 선임안건 등이다.
하이브가 발을 빼면서 이번 주총에서 ‘표대결’은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하이브 측에서 추천한 이사진들은 이번 주총에서 모두 사퇴하기로 했다. 다만 이수만 전 총괄은 현재까지는 공식적으로 주주제안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이 전 총괄은 하이브와 카카오의 협상이 타결된 후 방시혁 의장에게 “이길 수 있었는데 왜 그만하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의 SM 지분을 인수할 때 자회사인 SM브랜드마케팅과 드림메이커의 이 전 총괄 지분도 추후 인수하려고 했다. SM 경영권을 카카오에 내주기로 하면서 해당 회사들의 지분 향방도 모호해졌다. 카카오로선 SM이 SM브랜드마케팅과 드림메이커의 지분을 100% 확보해야 갈등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이 전 총괄이 카카오 측에 지분을 넘길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와 카카오는 인수전 종결 관련해서 합의를 잘 했지만 현재로선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SM 주인으로 부상한 카카오가 이 전 총괄과 추가 협상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