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출신 유장훈 前본부장 계약 해지에 '웅성'
외부 인사 영입 여의치 않았던 분위기로
이재현 영입부터 시작된 'IB 리빌딩'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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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이 공석이 된 IPO(기업공개) 실무 임원 자리를 내부 인사로 채웠다. 외부에서 새 인물을 영입하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내부 인재 육성 기조로 전환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외부 영입 출신 임원의 퇴사와 수차례의 IB(투자은행) 조직 개편, VP(차장급)들의 이탈 등이 이어지며, 증권가에서는 IPO 조직을 위시해 삼성증권의 투자금융(IB) 조직 리빌딩(재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증권에서 IPO업무를 총괄하던 유장훈 IB1부문 캐피털마켓본부장의 빈 자리는 캐피털마켓본부 산하에서 ECM1팀을 이끌고 있던 이기덕 이사가 대행할 예정이다. 캐피털마켓본부는 올해 연말 정기인사 시즌까지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장석훈 대표가 직접 나서 외부 IPO 인재를 영입해오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오래 IPO 영업을 담당해 온 상무급 임원 등이 후보로 언급됐지만, 최종적으로 영입이 무산됐다.
대형 증권사의 한 임원은 “후임으로 오기로 했던 인물이 입사 의사를 철회하는 등 인사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회사 안팎에서는 애초에 성과가 나쁘지 않았던 유장훈 전 본부장과의 계약 해지를 예상치 못했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갑작스럽게 퇴사 처리된 유 본부장은 NH투자증권에서 IPO 핵심 실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지난 2021년 ‘카카오페이’ 딜을 총괄하면서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IPO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실제 작년 성적표도 나쁘지 않았다는 평이다. 컬리ㆍ오아시스ㆍ케이뱅크 등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대어들이 전부 철회한 상황 속에서도, 삼성증권 캐피탈마켓본부는 지난해 성사된 총 118개의 딜 중 14개에 이름을 올렸다. ‘쏘카’와 ‘수산인더스트리’ 같은 굵직한 딜도 성사시키면서 리그테이블 내 중위권 정도의 성적을 거뒀다.
IB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잦은 조직 개편과 인사 이동을 두고 IPO를 비롯한 ECM(주식발행시장) 부서의 리빌딩 계획이 실패로 끝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해 9월 이재현 골드만삭스PIA 한국담당 대표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IB 리빌딩’에 시동을 걸었다. ECM 업무를 포괄하는 IB1부문은 이재현 체제로, 부동산ㆍ리츠 등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IB2부문은 이충훈 체제로 운영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부사장 취임 당시 IB2부문에 있던 ‘PI(자기자본투자)본부’가 IB1부문으로 이동했고, 리테일에서 파생된 딜에 소속 RM을 배정하거나 WM(자산관리)을 연계하는 ’IB솔루션본부’가 신설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단행됐다. 그러면서 인수금융(CF1팀)을 담당했던 이세준 팀장이 IB솔루션본부장으로 이동하고, CF본부는 박성호 본부장 체제로 전환됐다.
회사 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근무 기간이 길었던 VP(차장급)들의 이탈도 발생했다. 결국 삼성증권은 당분간 내부인사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잦은 수장 교체와 외부인 영입, 조직 변동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특히 이재현 부사장 부임 이후 내부인사 육성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이번에도 이기덕 이사에게 승진 기회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직에선 연말 정기인사까지 이 이사가 자리를 잡을 것인지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