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예금 보장 검토 없다" 발언에 오락가락
국내 증시도 미국 따라 박스권 장세 지속 전망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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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가 시장의 기대대로 미국의 기준금리를 25bp(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다만 미국 증시는 하락 전환하며 거래를 마쳤고, 국내 증시 역시 영향을 받아 약보합권에서 극심한 눈치보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FOMC에서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생각은 없다'는 다소 매파적인 발언이 나온데다, 비슷한 시기 옐런 재무장관이 예금 보험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발언하면서 '긴축 중단 기대감'은 소멸하는 분위기다. 지역 은행주들의 하락폭은 다시 확대됐다. 국내 증시도 연준의 금리인상 조기 종료 기대감과 은행 리스크 우려가 공존하는 혼조세가 펼쳐지고 있다.
23일 국내 증시는 약 0.5% 내외 감소세로 약세 출발했다. 전일 1%대로 상승 마감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이는 전일 미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과 연동된 수치다. 전일 미국 증시는 S&P500 -1.65%, 다우 -1.63%, 나스닥 -1.60%, 러셀2000 -2.83% 등 4개 지수가 모두 낙폭을 확대하며 하락 전환했다.
25bp 인상 및 긴축 강도 완화라는 시장 친화적 FOMC 발표에도 불구하고, 옐런 장관의 태세 전환 발언으로 미국 내 중소형 은행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우려가 확대되면서 변동성 장세가 전개된 영향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FOMC 발표에서 기준금리 25bp 인상과 함께 최종금리 전망치를 5.0~5.25% 수준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향후 한 차례만 더 베이비스텝을 밟게 되면 연준이 제시한 수치에 도달하게 된다. 금리 인상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는 의미다.
연준 성명서는 물가안정을 강조하는 문장 앞에 '금융안정'이라는 새로운 문구가 추가됐고, ‘지속적 금리인상이 적절하다’ 대신 ‘일부 추가적 정책 긴축이 적절하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SVB 사태가 연준의 매파적인 태도를 전환할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성명서 발표 직후 주식 시장은 금리 인상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반대로 미국 2년물 국채수익률은 하루만에 23bp 넘게 떨어지면서 연 3.94%선까지 내려왔다.
옐런 재무장관의 의회 발언으로 시장 국면은 순식간에 전환됐다. 옐런 장관은 정부가 은행시스템 안정용 예금 보장·보험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경영진이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일 추가 뱅크런 방지를 위해 의회 동의 없이 예금을 전액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하루 만에 기존 입장을 급격히 선회한 것이다. 여기에 파월 의장이 "금번 은행 사태는 은행 산업의 광범위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준의) 모든 구성원들은 현재까지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물가가 2%대에 복귀할 때까지 긴축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며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결국 미 증시는 퍼스트리퍼블릭뱅크(-15.5%) 등 금융주들을 중심으로 급락세를 보이면서 낙폭을 확대한 채 마감됐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 역시 미국과 연동돼 0.5% 내외 하락 출발한 후 혼조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선 은행 리스크로 인해 신용 조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경기 연착륙 가능성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한지영 영구원은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은 만큼 한국 증시 하단이 견조할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은 유효하나, 미국 내 추가적인 중소형 은행권들의 뱅크런 불확실성, 예금보장 확대를 둘러싼 미 재무부와 의회간 정치적인 노이즈 생성 등이 변동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2019년 금리인상 막바지 국면 수준을 감안하면 5월 FOMC 전까지 코스피는 2300~2500선 사이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