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성공한 VC, 실패한 AC...성패 가른 변수는 '금감원 잣대'
입력 2023.03.29 07:00
    블루포인트, 2022년 연간 지정감사 못해 상장 철회
    며칠 차이로 통과한 LB인베 VC업계 최대 공모 흥행
    미래에셋은 주관 수수료만 5억원 이상 챙겼는데
    블루포인트 주관사 한국투자증권, 투자 회수 멀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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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 달 상장을 목표로 내달렸던 스타트업 전문 투자회사 ‘LB인베스트먼트’(이하 LB인베)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이하 블루포인트)의 희비가 엇갈렸다. LB인베는 1165대 1이 넘는 역대 VC(벤처캐피탈)업계 최고 일반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AC(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는 증권신고서 심사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자진 상장 철회했다. 

      증권가에서는 금융 당국이 AC업계의 상장을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블루포인트에게만 세 차례의 정정 공시를 요구하는 등 기준이 엄격했다는 지적이다. 

      26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블루포인트는 지정감사인 미신청 문제로 상장을 철회했다. 상장 일정이 3월을 넘길 경우 증권신고서에 2022년도 연간 실적을 기재해야 하는데, 블루포인트가 2022년 4분기 실적 관련 외부감사를 받지 못한 까닭이다. 

      블루포인트는 3분기 재무재표까지를 감사받은 뒤 상장 절차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28일 첫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효력 발생까지 3개월이 넘게 걸릴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는 게 회사 측 해명이다. 

      블루포인트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4월 전까지 승인을 받았어야 했지만, 일정이 연기됐고 회계에 연간 실적을 반영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며 “마지막 정정 요구를 받고 다른 상장 방식을 강구해봤으나 최근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등 매크로 이슈마저 좋지 않아 철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상장 준비를 시작한 LB인베는 기관 수요예측 1298대 1, 일반 청약 11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VC업계 최초로 네 자릿수 경쟁률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기상장 VC 경쟁사들의 상장 이후 주가 추이가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공모가가 희망 밴드 최상단인 5100원으로 확정됐다.

      블루포인트의 상장 좌절은 표면적으론 ‘상장 기일 내 지정감사인 미지정’이라는 형식상 이유 때문이다. 다만 금융권에선 금융 당국이 AC의 상장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AC와 VC 모두 스타트업에 투자하지만, AC는 시리즈A 단계 이하의 초창기에 소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VC는 시리즈A, 시리즈B 단계부터 시작해 상장까지 비교적 대규모 자본금을 조달한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AC의 상대적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금융 당국의 잣대가 엄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투자업계 시각이다. 블루포인트가 전례 없던 ‘AC 상장 1호’에 도전했던 점도 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블루포인트는 약 4년 동안의 회수 현황 및 회수 상세내역을 전부 제출해 공시했다. 증권신고서에는 피투자업체의 평균 회수기간과 회수총액, 처분차익까지 전부 명시됐다. 금감원의 요구에 따라 보유지분을 전량 회수한 피투자업체의 평균 회수기간까지 포함됐다. 반면 LB인베는 주요 회수 사례 한정으로 회수총액과 회수방법만 명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LB인베는 VC 특성상 블라인드 펀드 운용이 많아 투자자산에 대한 정보 투명성이 떨어졌지만, 블루포인트는 2차 정정공시에서 자기자본투자와 손상비율 등이 세밀한 수준까지 공개된 편”이라며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는 회사냐 아니냐는 거래소와 시장이 판단하는 건데, 금융 당국이 이렇게까지 나섰다는 것은 AC 회사 상장에 부담을 느낀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VC와 AC의 희비가 엇갈리며, 실무작업을 담당했던 주관 증권사들의 표정도 대비를 보이게 됐다.

      LB인베 상장을 주관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쏠쏠한 수수료 외에도 성과 보수를 받게 됐다. 조달 금액의 2%인 약 5억2300만원의 주관 수수료를 받았고, 기관과 일반 청약 모두 흥행한 덕분에 추가적인 성과 수수료도 지급될 전망이다.

      반면 블루포인트 대표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은 수수료는 물론 당장 30억원의 지분 회수도 요원해진 상황이다.

      블루포인트의 상장 철회로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인수수수료 7억4400만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딜이 성사됐다면 공모물량의 5.24%에 해당하는 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대표주관업무 수행 보상으로 상장일로부터 3개월 이후 행사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 17만주도 받았으나 행사를 할 수 없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의 높은 주관 수수료는 과거 투자 인연에서 비롯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 8월 보통주 18만주(10억2000만원), 전환상환우선주 23만5710주(19억8000만원)를 각각 매수하며 블루포인트의 지분 3.46%를 취득한 바 있다. 상장 철회로 한국투자증권은 약 3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멀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