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 다음은 美 하이엑시엄…신사업 IPO 잇따라 노리는 두산
입력 2023.03.30 07:00
    舊두산퓨얼셀 아메리카, 美 거래소 상장 계획
    본사 인력 현지에 파견해 구체적 검토 중인데
    두산서도 지나치단 말 나오는 두산로보 高밸류
    적자 속 시장 관심 많은 지금이 적기라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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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내 두산로보틱스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차기 IPO 후보로 미국법인 ‘하이엑시엄’(舊두산퓨얼셀 아메리카)이 거론된다. 두산 내부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올해 상반기 IPO 최대어로 떠오른 만큼, 하이엑시엄도 높은 밸류를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과거 두산그룹이 솔루스첨단소재(舊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을 분할 상장시켜 기업가치를 제고한 것처럼, 지주사의 로봇ㆍ수소연료전지 등 신사업 계열사들을 지속 상장시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을거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두산은 100%의 지분을 보유한 하이엑시엄의 미국 증시 입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 코네티컷주 사우스윈저 본사에 국내 인력들을 직접 파견해 상장 초기 단계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은 지난 2014년 미국의 수소연료전지 제조회사 ‘클리어엣지파워’(ClearEdge Power)를 인수해 하이엑시엄을 설립했다. 클리어엣지파워는 지난 1969년 세계 최초로 미국 우주왕복선에 설치된 연료전지를 상용화한 UTC 회사를 모태로 한다. 

      정형락 두산퓨얼셀 대표이사가 하이엑시엄 CEO를 겸직하고 있는 만큼, 두산퓨얼셀과의 협업 비중도 크다. 하이엑시엄은 지난 2019년 두산퓨얼셀과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하고, 건물용ㆍ산업용 인산형 연료전지(PAFC) 원천 기술을 두산에 이전하고 있다. 이는 두산퓨얼셀이 국내 발전용 전지시장의 과반 이상을 점유하면서 누적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양사는 지난해 하이엑시엄이 개발한 모빌리티용 수소연료전지를 2년 내 국내 버스에 탑재하겠다는 사업 계획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하이엑시엄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적자가 누적돼, 모기업으로부터 사실상의 자금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까닭이다. 

      하이엑시엄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손실 1155억5700만원을 기록, 전년(당기순손실 181억5000만원) 대비 적자폭을 크게 늘렸다. 부채가 1년 사이 2961억4400만원에서 4091억4300만원으로 증가한 탓이다. 

      지난 2015년(연간 순이익 약 24억원)과 2017년(5억원), 2020년(89억원) 등 ‘반짝 흑자’를 봤으나, 모회사가 제공한 지급보증과 대여금 등을 제외하면 2014년 두산그룹에 약 331억8500만원에 인수된 이래로 만족할 만한 실적을 거두고 있지 못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엑시엄이 PAFC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은 R&D 인력이 대다수라 기술개발 쪽에 치중된 회사”라며 “생산성과 경영효율화 등을 위해 상장이 필요불가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두산로보틱스 등 그룹 내 신사업이 고평가를 받고 있는 지금이 자회사 상장 추진의 적기라는 말도 나온다. 

      ㈜두산은 이달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공동 주관사로 KB증권ㆍNH투자증권ㆍCS 등 5곳을 선임하고 기업실사 절차를 밟고 있다. 일부 주관사들은 경쟁 PT(프레젠테이션) 당시 최대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21년 12월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책정된 기업가치 약 4000억원의 8배 수준이다. 

      피어그룹 중 대장주로 꼽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이 1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점, 두산로보틱스의 매출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3배에 달하는 점 등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1조원에서 2조원 수준을 얘기했는데, 최대 3~4조원까지 부른 증권사들이 있었다”며 “두산에서도 해당 밸류는 너무 과한 것 같고, 3조 아래가 적당하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두산로보틱스의 고평가에는 두산 내 신사업 계열사들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반영됐다는 평가다. 

      앞서 두산은 OLED 등 소재 사업 부문과 연료전지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지난 2019년 솔루스첨단소재와 두산퓨얼셀을 각각 상장시켰다. 양사는 전기차와 수소연료라는 신사업 성장 스토리로 상장 후 주가가 최대 16배에서 21배 이상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IPO 사례는 아니지만, 과거 두산이 솔루스첨단소재와 두산퓨얼셀을 분할상장하며 기업가치를 올린 것이 시장에 좋은 선례로 남아있어 로봇사업까지 관심이 이어지는 듯하다”며 “올해엔 두산로보틱스 상장에 집중하고, 성공한다면 다음 타자는 하이엑시엄 상장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