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 연료전지 시장은 두산·SK 양분
수주 기대 크지만 아직 시장 규모 작아
'기술' 두산 vs '효율성' SK 경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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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여러 발전 사업자들이 사업 기회를 노리는 가운데, 현재 수소발전 체계의 핵심인 연료전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와 두산퓨얼셀의 먹거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아직 수소발전 시장이 완전히 개화하지 않은 만큼 초기 일감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발전 입찰시장 연도별 구매량 산정 등에 관한 고시’를 행정예고했다. 작년 12월 수소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2023~2025년 입찰시장 개설 물량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올해 상반기 중 세계 최초로 수소발전 입찰 시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enewable Portfolio Standard)를 통해 수소발전을 보급해왔다. 수소발전의 경우 태양광, 풍력과 달리 연료비가 들어간다는 점 때문에 ‘수소발전 입찰시장’이라는 다른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올해 추출수소와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일반수소 발전시장이 먼저 개설되는데 10대그룹은 물론 중소형 발전 사업자들까지 사업권 확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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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발전의 핵심은 연료전지다. 연료전지를 활용해 수소와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얻는다. 이 시장은 국내에서 두산퓨얼셀, 블룸SK퓨얼셀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2019년 ㈜두산의 연료전지 사업부문이 분할돼 설립됐다. ㈜두산은 2014년 퓨얼셀파워를 합병해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블룸SK퓨얼셀은 SK에코플랜트(지분 49%)가 미국 블룸에너지(51%)와 합작한 회사다.
올해 수소발전 입찰 물량은 1300GWh(기가와트시) 로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200MW(메가와트)에 해당한다. 20MW 규모 연료전지 발전소 사업비가 1200억~1400억원 수준이니 올해 나올 입찰 물량을 합하면 조단위 사업이 된다. 한국전력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팔 수 있는 사업자는 물론, 발전의 핵심인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회사도 반길 상황이다. SK와 두산의 경우 안정적인 수주를 위해 입찰에 들어갈 사업 회사에 지분을 태울 가능성도 거론된다. 연료전지 공급사가 과점 체제다 보니 사업자가 오히려 눈치를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 수소경제에 힘을 쏟는 것은 반길 만하지만 초기인 만큼 변수도 있다. 두산퓨얼셀은 작년 설비 증설로 생산능력을 최대 275MW까지 늘렸다. 블룸SK퓨얼셀 2021년 생산용량 50MW를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400MW까지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들 기업의 생산 역량을 감안하면 아직은 시장이 좁다.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 발전 인프라 사업 관계자는 “대기업을 비롯한 발전 사업자들의 관심이 높은데 연료전지 공급처가 SK와 두산뿐이니 오히려 이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라며 “처음 시장이 열리는 것이니 SK와 두산도 연료전지 공급 확대 기회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금까지 고체산화물 인산형 연료전지(PAFC, Phosphoric Acid Fuel Cell) 방식을 활용해 시장을 주도해 왔다. 국내 누적설치 물량의 61%를 두산퓨얼셀이 공급했다. 블룸SK퓨얼셀은 블룸에너지 기술에 기반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Solid Oxide Fuel Cell)가 주력이다. 최근엔 두산도 SOFC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두산의 PAFC 방식은 발전 과정에서 저온의 열과 온수가 발생하는데, 온수의 경우 전력에 비해 활용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전기효율은 40~50% 수준이다. SK의 SOFC 방식은 전기효율이 50~60%에 달하는 반면 원천기술을 가진 두산에 비해 국산화율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각각 ‘효율성’과 ‘국산’을 앞세워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국산인 두산 제품에 우호적이지만 사업자들은 전기가 많이 나오는 사업자들은 발전 효율이 좋은 SK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인허가 과정에서 어떤 시각을 갖느냐에 따라 두산과 SK의 제품 수요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