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A 결론 앞두고 경영진 '줄서기' 평가
승인 불투명하고 항공업 반등 속 M&A 실익 ↓
실적 개선 자료는 산은 M&A 추진 명분에 반해
승진 인사가 TF 팀장…산은 의중 반영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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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7일 <아시아나항공, 해외결합승인 ‘총력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대한항공과의 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에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기 위해 ‘전사 기업결합 TF’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해외 경쟁당국의 2단계 심사가 시작되며 요청 자료가 방대해졌고, 그에 따라 대응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원유석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TF 팀장을 맡고, 42명의 임직원이 참여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중대한 분수령에 놓여 있다. 14개 합병 신고국 중 11곳의 승인을 얻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핵심 국가의 승인 심사는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가 작년 실적을 발표하고 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이기도 하니 기업결합에 힘을 보태겠다 뜻을 내비치는 것을 특별하게 볼 이유는 없다.
다만 기존 아시아나항공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는 지금까지 주로 노선 증편, 항공동맹 관련, 프로모션, 사회공헌 활동 등 통상적인 내용에 대해서 알려 왔다. 국적 항공사 통합은 회사가 선택한 것이 아니고, ‘객체’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이유도 많지 않았다.
그런 아시아나항공이 갑자기 ‘총력전’ ‘전사적’ 등 표현을 써가며 결의를 드러내니 그 배경에 관심이 모였다. 회사에도 TF 강화의 배경에 대해 문의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 항공사 M&A의 결과는 올해 하반기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정부 주도로 진행된 거래였고, 결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미리 기여도를 강조하고 나섰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나 경영진 입장에선 거래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모습을 강조하는 것이 연임이나 유임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이제 M&A의 결론이 거의 임박했기 때문에 회사와 임원들이 미리 ‘줄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이 반드시 원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M&A의 객체인 회사보다는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산업은행 등의 의사가 반영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 M&A는 해외 기업결합 심사가 불투명하고, 슬롯 축소에 대한 우려는 많아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 때문에 여전히 살얼음을 걷고 있지만, 엔데믹 기대 속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니 아시아나항공 안팎에선 실익 없는 M&A를 강행하기보다는, 자력으로 생존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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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은 이전에도 해외 기업결합 시 자료 요청에 대응해왔다. 작년에는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부채비율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실적 개선세가 이어진다면 일말의 홀로서기 가능성도 엿볼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는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것 외에는 회생 방법이 없다’는 산업은행의 명분 논리와 배치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적 개선이 확인되는 시기, 대대적으로 TF를 꾸리는 데 산업은행의 불편한 심기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TF 팀장인 원유석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지난 20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존에 팀장을 맡고 있던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번에 퇴임했다.
시각에 따라선 아시아나항공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 뜻이 맞고 선호하는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산업은행은 HDC그룹과 아시아나항공 M&A를 논의할 때도 인사 추천 의중을 드러내는 등 영향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 M&A 완수가 중요하다. 전 정부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아이디어 제공과 실무는 산업은행이 했다. 앞으로 혁신성장, 구조조정 등에서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벌인 일을 마무리하는 성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대한항공의 독점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상황은 부담스럽다. 이는 한국 정부가 이번 M&A에 절실하게 임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해외 경쟁당국에 줄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TF 확대 개편에 대해 “기존에도 기업결합 심사 관련 자료 제공 등 협조를 해왔고 올해 기업결합 결정이 나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겠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여러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것은 알지만 산업은행의 지시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