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수사, 리플 소송 결과 등이 중요 변수로
검찰, 코인 '증권성 입증' 시각…당국에도 영향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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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미국 규제당국이 암호화폐 시장을 향해 칼을 뽑아 들었고, '테라·루나 사건'의 핵심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검거됐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에선 검찰의 테라·루나 사건 수사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다.
28일(현지시간) 미국 파생상품 규제 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바이낸스가 규제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고의로 파생상품 중개회사 정식 등록을 하지 않고 비트코인 등의 '상품'과 선물·옵션·스와프 등의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불법 수수료를 받아왔다는 혐의다.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위반하고 내부 계좌를 이용한 시세조종까지 직접 가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파가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제소에 대해 "규제 밖에서 호황을 누렸던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낸스 측은 혐의를 즉각 부인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제소를 시작으로 미국 당국의 가상자산 규제 강도가 점점 더 강화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이낸스는 지난달 국내 5위 거래소 고팍스의 이준행 대표 지분 41.22%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미국이 가상자산 규제의 고삐를 조이는 것은 사고 발생 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가 크기 때문이다. 실리콘뱅크은행(SVB)의 파산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고 금융위기 학습효과로 발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그러나 코인발 사고는 언제, 어느 규모와 속도로 충격파를 퍼뜨릴지 예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SVB 사태가 발행했을 때도 관련 투자 자산이 있는지 목록을 작성해보라는 정도의 지침은 있었지만 전혀 위기로 보지 않았다"며 "다만 코인은 언제 얼마나 크게 사고가 터질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에선 코인을 훨씬 위험한 요소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의 가상화폐 규제 강화 기류 속에 내달로 예상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랩스와의 소송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SEC는 2020년 12월 가상자산 리플이 적법한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고 판단해 리플랩스와 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 결과는 국내 가산자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 역시 리플 소송 결과를 참고해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가상화폐는 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지만 증권성이 인정되면 자본시장법 등 기존 법률을 적용해 규제와 처벌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상당수 알트코인(얼터너티브 코인)은 미등록 증권으로 규정돼 상장폐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앞서 테라·루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3일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책임자로 꼽히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됐다. 현재 권 대표는 한국, 미국, 싱가포르, 몬테네그로 4개국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데 검찰이 국내 송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검찰은 권 대표 검거 이후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도 재청구했다. 앞서 포함되지 않았던 금융투자상품 투자사기(자본시장법 사기적부정거래 및 특경법사기),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배임증재 및 업무상배임 등 혐의를 추가했다. 작년 12월 신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기각된 바 있다.
검찰은 루나 사태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전제인 '증권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내놓았고, 미국 SEC도 루나를 미등록 '증권'이라고 보고 기소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테라·루나의 증권성을 두고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사건을 처리하려고 하기 때문에 시장에선 검찰발 영향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장도 검찰 출신이니, 검찰에서 가상화폐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시작으로 금융당국도 움직이지 않을까 본다"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당국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코인'과 관련 업무는 위험 부담이 커 선뜻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다만 STO(토큰증권발행) 등은 규제가 정비되면 비교적 안전하게 거래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가장 먼저 STO 제도화에 호응해 먹거리를 찾는 데 분주한 분위기다.
법무법인들도 향후 자문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까진 가상자산 시장 위축으로 관련 일감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검찰 수사 및 금융당국이 움직이면 규제 대응 등 수요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과 인력을 꾸리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앞서 관계자는 "여당 내에서 가상자산 기본법 관련 논의가 계속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며 "금융당국도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해서 너무 풀어줘도 위험하고, 강한 규제를 하자니 산업 활성화가 어렵기 때문에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까 고민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