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없진 않아"…개선 가능성에 고민 깊어
"조달비용만 소폭 상승…AA 등급만 사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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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평가사들이 SK하이닉스의 등급전망 조정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 전망보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크게 꺾인 데다 실적도 감소하고 있어서다. 다만 SK하이닉스가 겪는 어려움은 외부적 요인의 비중이 큰 까닭에 개선 여부를 추가로 지켜볼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3월29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Baa2로 유지하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SK하이닉스의 부진한 실적과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로 인한 높은 재고수준이 그 원인으로 지적됐다. 또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가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지 한 달 만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설비투자(CAPEX)를 축소한다는 가이던스도 있었지만, 영업현금흐름으로 충당하고 차입을 줄여나가기는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라며 "SK하이닉스 재무정책을 보면 재무구조 개선보다는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다 솔리다임(인텔 낸드사업부문) 인수 건도 부담이 큰 편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전망 조정으로, SK하이닉스는 해외에서 달러채권인 KP물 발행할 경우 조달비용이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의 움직임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옮겨지는 분위기다. 국내 신평사들은 지난 2월 SK하이닉스의 회사채(선순위) 등급을 AA(안정적)으로 매긴 바 있다.
국내 신평사들은 기존 전망치보다 적자 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 짙어진 데 따라 등급전망 조정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고 판단 중이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원칙적으로 정기평가는 6월 이전까지만 실시하면 되는데, 1분기 실적을 토대로 재무부담 수준을 파악한 뒤 결정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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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평사들이 SK하이닉스의 등급전망 조정에 나서는 데 부담을 느끼는 모습도 일부 포착된다.
일단 SK하이닉스가 처한 위기가 대체로 외부요인에서 기인하고 있어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에 낸드와 D램 모두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재고자산이 쌓이고 있다. 이에 올해 1분기 영업적자 전망치는 4조원까지도 거론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올해는 유틸리티(한전)를 비롯, 반도체가 가장 힘든 업종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중이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정도엔 재무여력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깔려있다. 메모리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긴 하나, 모바일 수요의 회복과 그간의 감산에 따른 가격 낙폭 완화 가능성이 있어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권고한 대로 설비투자나 재고자산을 줄일 경우 내년부턴 재무 상태 개선을 기대해볼 법하다는 설명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감산 의지를 직접 전하기도 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국내와 달리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등급평가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라며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전망을 조정했다고 해서 국내 신평사들이 따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해 국내 신평사들이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더라도 자금조달 비용만 소폭 늘어날 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모집액의 몇 배를 넘어서는 투자수요를 확보하는 '오버부킹'은 녹록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다만 회사채(선순위)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내려갈 경우에는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한 글로벌 신평사들에 투자자들이 질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분기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더 안 좋게 나올 가능성이 높아서 그런 것 같다"라며 "다만 내년부턴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시선이 있어서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