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기관 AUMㆍ자기자본 평가해야…업무 부담 늘어
대형 공모운용사 만족하지만 소형사는 양극화 심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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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수요를 초과해 물량을 신청하는 일명 ‘뻥튀기 청약’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주관사인 증권사와 청약자인 기관들을 직접 제재하는 방식을 꺼내들었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과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는 공모 및 사모 자산운용사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며 불평하고 있고, 소규모의 사모운용사들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유로 반발하는 상황이다. 반면 대형 공모운용사들은 보다 많은 물량을 배정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생각으로 내심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이 올해 7월부터 실시하는 ‘뻥튀기 청약 원천 봉쇄안’을 두고 증권사들과 중소형 운용사들의 반발이 상당한 분위기다.
해당 안건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했던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방안’을 골자로 한다. 기관 투자가도 개인처럼 자금력에 걸맞은 주문만 넣도록 IPO 청약 기준을 바꾸겠다는 것인데, 문제가 발생하면 증권사와 기관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주금납입능력 확인방법에 대한 입장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지난달부터 증권사들과 관련 TF를 구축하고 정량 지표를 논의한 결과, 기관들의 '자기자본'과 '위탁재산 자산총액'에 중점을 두는 방안으로 결정됐다.
다만 증권사들은 짧은 수요예측 기간 안에 기관들의 공모주 주문이 적정한지를 판단하고 물량을 배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실무적인 번잡함이 늘어나는 데다, 기관이 거짓 자료를 첨부할 경우 이를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금융 당국을 향해 정책 방향성은 인정하나 실무적인 번잡함을 최소화해달라는 의견을 수차례 개진하고 있다”며 “그러나 막바지 실무 협의 과정을 진행 중인 당국이 이 요청을 얼마나 들어줄 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규모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기자본 비율이 높아 납입능력이 충분한 대형 공모운용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소규모의 사모운용사들은 ‘빈익빈 부익부’를 주장하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대형 공모운용사 관계자는 “그간 당국이 투자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사모 규제를 너무 풀어줬다. 오히려 우리가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마찬가지였다”며 “대형사들은 내부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에서 통과가 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한 딜을 못하는데, 그동안 운용능력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회사들이 과도하게 물량을 요구해온 셈”이라고 주장했다.
대형 공모주펀드를 운영하는 한 운용사 관계자도 “공모운용사들은 수요예측에 참여할 때 증권사에 AUM(운용자산)이 얼마인지, 수탁고가 어느 정도인지 증명서들을 보내왔다”며 “우리는 원래 해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크게 변하는 것이 없고,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반색했다.
현재 금융 당국과 대형 운용사들은 수요예측의 의의인 '가격 발견'을 위해 지급여력에 따른 물량 배정이 필수라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정해진 뒤 30%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작정 수요예측으로 들어오는 소규모 기관이 많기 때문에 가격 왜곡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소형 사모운용사들은 새 규제가 대형 공모운용사의 편의를 봐주는 불평등한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 단위의 대형사와 억 단위의 회사가 자본 규모로 경쟁할 경우, 당연히 후자가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요예측에 대형 기관들만 참여한다고 해서 적정시장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개진했다. 대형 기관들의 가격 발견 능력이 특별히 더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논지다.
한 사모운용사 관계자는 “제재받기 싫은 증권사들이 최대한 AUM에 기반해 물량을 배정할 가능성이 높아서 우리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며 “지급 여력이 가격 결정에 방해요소가 된다면 개인 투자자 균등 배분도 없애야 논리가 맞다. 대형사들만 참여한다고 해서 시장 가격이 적절하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들은 또한 대형사들만 수요예측에 대거 참여할 경우, 빅딜과 중소형 딜의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결국에는 대형사 입맛에 맞는 좋은 딜에만 수급이 쏠리고, 중소형 딜은 가져가려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며 “이는 증권사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