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스타인 등 美 로펌 고용해 로비에 60만달러 썼지만
美 자국무역주의 판결 만장일치…“절반의 성공”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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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고흡수성수지(SAP)의 ‘덤핑 관세’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미국 행정부와 입법부 로비에 투자했지만, 미국의 자국 무역 우선주의를 뚫지 못했다. 지난해 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관세를 추가 부담하라는 최종 판결을 받은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세율은 상당부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과정에서 완전한 승리는 어려웠던만큼 성과가 없진 않았다는 평가다.
11일 미국 상원의회가 공시한 로비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약 73만달러(한화 9억6272만원) 이상을 미국 행정부와 입법부 로비에 사용했다. 이중 80% 이상인 59만달러(7억8000만원)가 ‘SAP 국제 무역 이슈’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SAP는 자기 무게의 약 200배에 달하는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고흡수성 수지로, 기저귀ㆍ생리대 등 다양한 개인용품 제조에 사용되는 흡수성 재료다. 미국 ITC는 지난 2021년 11월 바스프ㆍ에보닉ㆍ니뽄쇼쿠바이아메리카ㆍ파사데나 등 자국 석유화학 기업의 요청으로 한국산 SAP에 대한 덤핑 의혹을 조사해왔다. LG화학이 지나치게 싼 가격으로 SAP를 판매해, 미국 내 경쟁 업체에 피해를 줬다는 주장이다.
당시 미국 ITC는 조사 한 달 만에 LG화학의 덤핑 혐의를 긍정하는 예비 심사를 내리고, 2022년 6월 LG화학에 28.74%의 예비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해당 로비 비용(7억8000만원) 은 ITC의 반덤핑 과세 판결을 피하기 위한 로비 자금으로 전부 사용됐다”면서 “미국 ITC는 자국우선주의이기 때문에 미국 업체들이 (해외 기업에 대해) 반덤핑 과세 부과를 요청하면 대부분 이를 수용하는 경향이 있어 로비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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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 과정에서 LG화학은 미국 로펌 겸 로비 회사인 ‘브라운스타인 하야트 파버 슈렉’(Brownstein Hyatt Farber Schreck)을 ‘SAP 국제 무역 이슈’ 담당 업체로 선정했다. 브라운스타인은 지난해 ▲미국 하원 ▲상원 ▲상무부 ▲환경보호청(EPA) ▲에너지부 ▲대통령실(EOP) 등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전개했으나, 결국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판결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통상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나라 등 해외 수출국을 대상으로 ‘반덤핑 관세’ 등의 패널티를 부과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ITC는 지난해 말 한국산 SAP 수입으로 인해 미국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산업피해 긍정’이라는 최종 판정을 내렸다. 데이빗 요한슨 위원장 등 ITC 위원 4명의 만장일치 판결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로비 자금에 19만달러(한화 약 2억5000만원)를 투입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6만달러)ㆍ삼성전자(8만달러)ㆍ현대차그룹(8만달러) 등이 사용한 비용 대비 큰 규모다.
로비 활동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서 LG화학의 가격 경쟁력 저하와 영업 손실도 불가피해졌지만, LG화학 측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분위기다. ITC의 최종 판결에선 예비 판정보다 관세율이 줄었다는 까닭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LG화학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LG화학 관계자는 “예비 판정이었던 6월 당시 미국 정부가 28.74%를 내라고 했지만 최종심에서 17.64%로 부과율이 낮아졌다”며 “꼭 로비 활동 때문에 반덤핑 과세가 낮아진 것은 아니지만, 소명 활동 과정 중 하나로 활용했고 이것이 실패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