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업계는 현대차의 '배터리 내재화'에 관심
'전기차 가격 경쟁' 대비 필요성 고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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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이 국내 전기차 사업 투자 규모를 3조원가량 늘린다. 투자업계는 이를 두고 '구문'(舊聞)이라며 되레 2차전지 투자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며 본격 치킨게임에 돌입한 가운데, 현대차로선 '배터리 내재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다.
지난 11일 현대차는 화성 소재 '오토랜드 화성'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 정의선 현대차 회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해당 자리에서 현대차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서 총 24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글로벌 전기차 3대 강국 도약에 기여할 것이란 포부도 전했다.
투자액 목표치를 1년 만에 3조원가량 늘린 것이 골자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국내 전동화 계획을 밝히면서 2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전한 바 있다. 금번 계획의 수정으로 연간 생산 목표량 또한 국내와 글로벌 각각 기존보다 7만대, 41만대 늘렸다.
늘린 투자액은 전기차 공장 투자에 활용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과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전환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부품 개발, 연구시설 구축,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등도 계획에 포함됐다.
투자업계는 큰 미동이 없는 분위기다. '새로운 내용이 없는 발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300조원 투자 보따리를 풀겠다고 발표한 것과 유사하다. 대통령도 참석하니 저 정도의 발표는 해야 했을 것"이라며 "원래 설정해둔 방향을 생색내며 발표한 것에 불과해 보인다. 내연기관은 개발 중단한다고 했으니 당연히 연구·개발(R&D)은 전기차 중심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의 전기차 투자 관련 의지는 구문이다.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선 2030년까지 전기차 라인업 17차종(현대차 11차종, 제네시스 6차종)을 구축해 시장점유율(MS)을 12%까지 달성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기차 Top Player'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앞두곤, "전기차 판매에 공을 세운 인물들이 명단을 채울 것"이라는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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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2차전지 투자 계획이 담기지 않은 데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물론 '부품업계의 전동화 전환' 관련 지원책도 포함돼있긴 하나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GSO(Global Strategy Office) 담당임원을 맡은 김흥수 부사장 등 경영진 단에서 배터리 부문 투자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투자 담당자들이 투자 매물을 물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에 배터리 내재화는 과제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현대차가 직접 배터리를 생산하는 배터리 내재화에 나설 경우 기존 배터리 협력업체들과의 관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가격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진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현대차도 가격 협상력을 확보할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현대차가 충분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직접 진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계열사로부터 부품을 가져다 조립해 완성차를 만들어온 기업이다. 그런데 전기차 부품인 배터리를 만드는 계열사는 없다고 보면 된다"라며 "전기차 가격의 60%를 배터리가 차지한다고 하는데, 배터리 납품 관련 협상력이 떨어지는 현대차는 단가를 낮출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업계도 전기차 시장 경쟁 추이를 살피고 있다. 현대차는 그간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이 상승하는 등 외형 및 영업현금창출력이 확대되고 있어, 늘어난 투자부담이 신용도를 위협하는 수준은 전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경쟁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뛰어드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 까닭에, 현대차의 투자 성과를 지켜볼 필요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투자 이후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라며 "내년까지는 전기차 시장 경쟁 양상을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현대차의 캐파(생산능력)를 고려하면 신용등급 관점에서 위협적인 수준의 투자부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