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조직 적정인원 18명임에도…30~40명 써낸 증권가
OCIO 부서 인력도 그만큼 안 되는데…질보단 '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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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 경쟁은 미래에셋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며 마무리됐다. 운용 규모가 6조원에 이르는 만큼 각 증권사가 주관사 지위를 얻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필요 이상의 전담조직 인원을 제시하며 주도권을 잡으려는 모습도 관찰됐지만, 전문성에 대해선 의문이란 시선이 제기된다.
지난 7일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기금 3기 주관운용사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이 오는 6월 고용노동부와 위수탁 계약을 맺게 되면 7월부터 향후 4년간 기금을 운용하게 된다. 작년 말 기준 고용기금의 규모는 6조843억원으로 고용보험기금의 주관사 선정은 올해 최대 규모의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선정 경쟁 중 하나로 꼽혔다.
조 단위 규모의 OCIO 선점 경쟁에 각 증권사가 사활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100조원 규모인 OCIO 시장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 100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향후 민간자금이 유입되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전에 고용기금 등을 유치하며 시장 선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외부에 맡긴 연구용역을 통해 이번 고용기금 OCIO 전담조직의 적정 인원수를 18명으로 제시했는데, KB증권은 두 배가 넘는 38명을 써냈다고 알려진다. 전담 운용 관련 인원수 항목은 전체 100점(정량평가) 중 10점을 할당받고 있다. 그러나 인원 경력에 따른 가중치를 고려하면 사실상 20점에 가까워 평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전담조직의 적정 인원수가 18명이었음에도 증권사들이 상당한 규모로 꾸려진 전담조직을 제안했다. 해당 항목에 할당된 점수가 사실상 20점에 가깝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전담조직 수에 따라 1차 탈락 여부가 결정됐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OCIO 운용 인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경쟁이 과열된 양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각 증권사의 OCIO 본부 인원은 대체로 이번 고용기금에 써낸 전담조직 수보다 적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30여 명 수준을 써냈지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은 20명대로 알려진다.
회사 측은 유관부서에서 인력을 충원할 수 있기 때문에 전담조직 구성에는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OCIO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인력이 보충되는 것인 만큼 전문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란 시선이 제기된다. 덧붙여 OCIO 부서는 낮은 운용보수로 적자 부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내부서 인기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OCIO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인력이 운용했다가 부실이라도 발생했다가는 골치 아프다"라며 "이번에 증권사들이 전담조직 인원을 과도하게 써낸 감이 없지 않다. OCIO 부서는 대체로 적자인데 내부에서 사람이 잘 모일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용보험기금 주간운용사 추정 보수율은 0.0615%로 낮은 수준이다. 운용자산 규모로 계산해보면 주관사 입장에선 연간 41억원의 수입이 기대되지만 전담 운용조직을 설치 등에 따른 비용을 고려하면 수익창출분은 더욱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