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줄어든 모태펀드 대신할까 기대
기업들은 출자에 부담…"이미 CVC 출자"
경기침체로 대기업들 자금 여력도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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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벤처투자 생태계로의 민간 자본 유입 목적으로 고안된 '민간 벤처모펀드 제도'(이하 민간 모펀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정작 출자자로 나서야 할 기업들은 외면하는 분위기다. 이미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한 곳들이 적지 않은 데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영업현금흐름이 약화되며 출자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금번 개정으로 벤처투자조합에 대한 간접·분산 출자를 통해 안정성·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민간재간접벤처투자조합' 결성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민간 모펀드에 대해 중기부 산하 한국벤처투자가 모펀드를 조성해 개별 벤처펀드에 출자하던 방식의 '모태펀드'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에 따르면 해당 모펀드에 출자하는 기업은 투자금액의 최대 8%를 세금에서 감면 받는다.
민간 모펀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데 VC업계 관계자들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일단 민간 모펀드가 예산이 쪼그라든 모태펀드의 대체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모태펀드는 그간 창업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는데, 2021년을 기점으로 2년 연속 출자 예산이 크게 깎였다. 2021년 1조원을 넘겼던 모태펀드 출자 예산 규모(총재정 출자 기준)는 올해 7000억원대로 줄었다. 민간 주도의 벤처투자 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명목에서였다.
VC 하우스들은 출자 공고를 가리지 않고 제안서를 작성하는 등 펀딩에 애를 먹고 있다. 한 대형 VC 하우스는 투자 건수가 줄면 모태펀드 예산이 추가로 축소할 가능성을 감안, 투자할 만한 매물 물색에 총력을 다하는 등 눈치를 보고 있다. 지난 2~3년간 밸류가 한껏 오른 기업공개(IPO) 직전의 스타트업보단, 초기 단계 스타트업 위주로 살피고 있는 까닭에 전체 투자규모를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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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요 기업들이 출자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선 우려 목소리가 없지 않다. 현재도 다수의 기업들이 민간 모펀드에 대한 출자 요구를 들어주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로 하여금 법인세 깎아줄테니 출자라하라는, 본격 '팔비틀기' 전략에 돌입했다"라며 "대통령실 주도라고 전해지는데 기업들이 해당 요구를 들어주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중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CVC를 조성해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낸다. 지난해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제한적으로 허용되면서 동원, GS, F&F, 효성, 포스코, CJ 등이 지주회사 내 CVC를 세우거나 CVC를 보유한 상태에서 지주회사로 전환을 한 상태다. 일반지주회사의 CVC가 조합을 결성할 경우 지주사는 60% 이상을 출자해야 한다. 물론 해당 CVC는 모펀드가 아닌 자펀드지만, 이미 벤처투자를 위해 출자를 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경기침체와 불확실한 대내외적 환경으로 주요 기업들의 영업현금흐름 추이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적극 투자를 확대해 온 SK그룹과 한화그룹은 주력 사업의 업황이 꺾이면서 투자 부담 감내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최근 신용평가사로부터 받았다. 코로나 이후 적기에 사업 체질을 전환하지 못했다고 평가받는 CJ그룹은 자금 부족으로 인해 고양시에 건설하려던 '돔 아레나' 건설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투자한 벤처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대응하는 데 자금 소요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가 모태펀드 예산을 줄인 뒤 그 부족분을 기업의 자금으로 메우려는 모양새여서 거부감이 느껴진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라며 "민간이 나서서 모펀드를 조성하는 사례가 전에도 없진 않았지만, 요즘 같은 때는 기업들 입장에선 한 푼도 아쉬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