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우버’ 디디추싱 상폐도 큰 손실 안겨
한화증권은 STO 관련 두나무ㆍ캡브릿지가 문제
하나증권도 윤관 관련 BRV펀드로 장부상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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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지난해 지분 투자 포트폴리오를 두고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조 단위의 투자를 집행했음에도 3000억원 이상의 평가손실을 봤다. 코로나19 당시 ‘효자 기업’이었던 네이버ㆍ두나무 등 IT 기업들이 증권사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한화투자증권은 금융투자 플랫폼 기업인 두나무와 캡브릿지그룹(CapBridgeHoldings) 투자로 기말 장부가액의 3분의1 수준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입어, 그룹사의 토큰증권(STO)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인베스트조선 집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증권사 중 타 법인 출자로 인한 평가손실이 가장 큰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법인 투자로 약 3800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는데, 이중 대부분의 손실을 네이버가 안겨줬다.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 지분 1.72%의 평가손실은 약 5658억7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주 포트폴리오 중 하나였던 ‘미래에셋글로벌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PEF) 펀드도 517억7700만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8년 약 2400억원을 투자해 미래에셋캐피탈이 운용(GP)하는 펀드를 결성했지만, ‘중국의 우버’로 각광받던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이 결국 상장폐지에 이르면서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은 전략적 제휴 관점에서 진행된 건이고, 디디추싱 또한 정상 영업이 재개되며 가격 회복이 진행 중"이라며 "전체 투자 자산의 지분 가치도 작년 말 대비 점진적으로 회복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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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중 사실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곳은 한화투자증권이다. 한화증권은 약 2968억5500만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하며 손실 규모 2위에 올랐다. 다만 1위인 미래에셋의 경우 자기자본 투자 비용이 한화증권 대비 6배 이상 많아, 한화증권이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게 됐다.
한화증권에 손실을 안겨준 대표 기업은 두나무와 캡브릿지홀딩스(CapBridgeHoldings)로, 모두 금융 관련 IT 플랫폼 기업들이다. 한화증권은 지난 2019 싱가포르 비상장주ㆍ토큰 거래소 운영사 캡브릿지의 지분과 2021년 국내 최대 코인 거래소 운영사 두나무의 지분을 각각 5% 이상 취득했다. ST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외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지분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러나 증시 약세장이 지속되면서 작년 연말 IT 유니콘 두나무의 주가는 연초 대비 77% 고꾸라졌다. 심지어 캡브릿지 그룹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투자액 중 42억6700만원을 상각처리한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단물 다 빠진 두나무에 너무 늦게 들어갔다는 평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화증권 측은 “두나무는 비록 21년 대비 평가가치가 하락했으나, 최초 취득시점(583억원)과 비교하면 현재 가치도 높은 편”이라며 “캡브릿지 역시 현지 상황을 고려해 상각처리를 했으나 지분에 대한 변동은 없고 확정 손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키움증권과 하나증권도 각각 253억5600만원, 28억9100만원의 투자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우리금융지주와 ㈜사람인HR 투자로 각각 310억9600만원, -51억3800만원의 장부상 손해를 봤다. 이중 사람인은 다우키움그룹의 콘텐츠ㆍ서비스 계열사다. 또한 2017년 사모펀드운용사(PE) 오퍼스의 제2호 펀드에 참여, 더블유게임즈의 미국 온라인 게임사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 인수 및 메자닌 발행을 지원했지만 42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하나증권도 네덜란드령 카리브제도에 설립된 특수목적법인 GTI Statia Holdings 투자에서 가장 큰 평가손실인 196억4600만원을 기록했다. 해당 법인은 카리브해 네덜란드령 Sint Eustatius섬에 위치한 석유 저장 탱크터미널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지주회사다.
이밖에도 하나증권은 BRV(블루런벤처스)가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기 위해 만든 사모펀드(BRV Lotus Fund III)에서 90억원, 펨트론에서 30억원 가량의 장부상 손해를 봤다.
BRV 펀드는 국내 에코프로그룹 투자에 참여해 소위 ‘대박’을 터뜨린 사모펀드로, 구본부 LG 선대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펨트론 투자 지분에는 하나증권이 IPO(기업공개)를 주관했으나 일반 청약에서 실권주가 발생해 떠안은 물량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