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시장 경쟁 심화…"투자 타당성 충분"
모니터링 대상으로 언급된 SK하이닉스·SK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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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영향이,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2차전지 기업들은 향후 투자부담에 상응하는 수준의 이익창출력 제고 여부가 신용도에 있어 중요한 판단요소가 될 전망이다.
17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반도체 및 2차전지산업 Credit Issue 점검'이란 제목의 세미나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국내 관련 기업들의 신용도에 대한 모니터링 요인과 산업별 경쟁 현황을 살폈다.
먼저 반도체 산업은 하반기 중 수요 회복이 점쳐졌다. 반도체산업은 그간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크게 꺾이면서 실적 부진을 겪어냈다. 김정훈 한신평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재무 레버리지가 과거 수준으로 크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하반기 중 수요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무감산 원칙을 고수했던 삼성전자가 입장을 선회한 데 "치킨게임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칩스법을 도입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는 등, 반도체 산업 자체가 '시장 논리'가 아닌 '안보 논리'로 흐르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를 대상으로 치킨게임에 나서더라도 정부 당국에서 국내 기업의 도산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 유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 회복 가능성, 그리고 경쟁사의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는 미국 칩스법에 따른 여파를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39%)과 낸드(18%)의 중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신평 측은 칩스법의 유예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수익성 영향을 살펴야 한다며 중국 제한 여파로 설비 이전 등을 위한 투자 부담이 빠르게 가중될 경우 신용도에 대한 재점검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2차전지 시장의 경쟁 분위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신평 측은 향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타이트한 수급은 지속되겠지만 2025년에는 지난해부터 착공한 설비들이 준공되며 수요 대비 공급의 비중이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 세부내용에 따르면 양극재가 부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되면서 세액공제 혜택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됐다. 양극재를 국내에서 생산해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만큼 투자부담도 줄게 됐다. 그러나 타 국가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 리스크는 확대됐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원재료인 니켈, 리튬 등 광물 확보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2018년 아르헨티나에 리튬 염호를 인수한 포스코그룹을 제외하면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안정적으로 확보한 광물 물량은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향후 확보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여진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대로, 중국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생산해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또한 시장 경쟁을 심화시킬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다만 가격경쟁력 대비 LFP 배터리의 성능이 제한적인 만큼 점유율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윤재 한신평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부담은 2025년 40조원 수준으로, SK온은 20조원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SK온은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공개한 투자계획에 비해 프리IPO(상장전 투자유치)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충분치 않은 점은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오 연구원은 "2차전지 기업들의 투자부담이 과중하지만 그만큼 외형 및 이익창출력이 제고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의 타당성이 충분하다"라면서도 "SK온은 수익성 안정화가 지연되고 있어 자금조달 측면에서 주의깊게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