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중소형 증권사
채권금리 떨어지면서 역마진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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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하반기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금융사 간 퇴직연금 유치 경쟁이 붙었다. 금리 상승 기조 속에 공격적으로 퇴직연금을 유치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가 안정되면서 연말에 퇴직연금 수익률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안정적인 투자처의 수익률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고위험 상품의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 보험, 증권사 등 대부분의 금융사가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 상품 금리를 줄줄이 인상했다. DB형은 매년 말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때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사 간 금리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된다.
특히나 작년 하반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시장금리도 크게 올랐다. 이런 금리변화에 맞춰서 금융사들은 공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면서 퇴직연금 자금 유치에 나섰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7% 이상의 고금리를 제시하면서 고객유치에 나섰다. IBK투자증권을 비롯해 다올투자증권, SK증권, 키움증권, 유진증권, BNK투자증권 등은 7~8%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면서 자금유치에 나섰다. 이들 대부분이 퇴직연금 비사업자들이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금융감독 당국까지 나서서 지나친 경쟁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유동성 이슈가 있는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유치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시장금리가 안정세로 전환하면서 7% 이상의 고금리로 자금을 유치한 금융사들의 해당 상품 '이차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작년 10월 4.5%에 육박했던 국채 3년물 금리가 현재 3% 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한때 6% 육박하던 AA급 여전채 금리도 4%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금리를 맞추기 위해선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신용등급이 낮거나 부동산과 연계된 상품이라 쉽사리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작년에 7% 이상 써낸 금융사들은 올해 말까지 해당 금리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안정적인 상품의 금리는 하락하고, 고위험 상품의 리스크는 이전보다 더욱 커졌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금리 경쟁에 따라가지 않던 금융사들에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사업자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경쟁이 가열되었다 보니, 이미 시장 지배력 있는 사업자들은 무리하게 금리를 높여서 경쟁에 따라가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비사업자들이 퇴직연금을 확대하면서 이슈가 되었다"라며 "당장의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었을 수 있지만, 연말까지 해당 수익률을 맞춰줘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