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한 서비스 못 받았다" vs "사업지연은 흥국 탓"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잇따라 구축 들어간 가운데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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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기업 계열 시스템개발사(SI)와 금융회사 사이에 차세대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갈등이 불거졌다. 보험사를 위시해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선례'가 될 수도 있는만큼, 금융권의 상당한 이목을 끌고 있다.
'왜 대기업 계열사에 제공하는만큼의 서비스를 우리에게 제공하지 않느냐'는 금융사와 '정보유출을 우려해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SI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만큼 법적 공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SI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최근 ‘흥국생명보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흥국생명측의 계약 해제 통보에 따라 무산되자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 2021년 9월 한화시스템을 해당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올해 6월 21일까지 ▲상품 개발 ▲보험계약 ▲입출금 ▲재무회계 ▲영업채널 등 보험 업무 전반을 디지털화(DT) 하는 내용의 용역을 발주했다. 계약 금액은 약 396억원으로, 당시 한화시스템 매출의 2.41% 수준이다.
갈등은 한화시스템의 내부 사정으로 구축 완료 일자가 반년 가량 미뤄지면서 시작됐다. 지난 3월 한화시스템이 납기를 맞출 수 없다고 요청하면서 계약 일자가 올해 12월 31일까지 연장된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계약 체결 이후 기대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화시스템이 같은 계열사인 한화생명보험의 시스템 구축을 우선하느라, 흥국생명 건을 등한시했다는 의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0년 한화생명과 1007억원 규모의 ‘보험Core 2단계 사업’ 수주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특화 AI OCR 솔루션을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2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된다. 흥국생명의 작업 기간과 겹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적합하지 않고, 계약 기간 내 시스템을 완성하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며 “한화와의 계약과 상관 없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은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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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루 아침에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된 한화시스템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일정이 지연된 것도 흥국생명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흥국생명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요건 정의가 불명확했기 때문에 사업이 지연된 것”이라며 “한화생명 건이 흥국생명 사업에 영향을 준 바가 없다. 심지어 흥국생명 사업에 추가 인력도 배치하면서 노동력을 더 투입했다”고 반박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이 한화생명의 것과 유사한 전산망을 도입하길 원했지만, 정보 제공 범위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컸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SI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한화시스템이 LG CNS를 제치고 우선협에 선정된 이유는 한화생명의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한화생명 시스템처럼 완성되려면 기초 공사 토대가 될 정보들을 한화시스템에 오픈해줘야 하는데, 같은 계열사에 보험업종이 있어 이를 꺼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 측은 손실 추정액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과의 재협상 끝에도 계약 해제가 확정될 경우, 계약금 일부를 돌려받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발주처의 주장 검토 후 법률적ㆍ계약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법적 공방이 들어가기 전까진 손실 규모 등을 발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