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한 SI 펀드 이관 '등록형태' 달라 불가능
벤처투자조합도 고민했지만 "계열사 LP 반발 예상"
신한캐피탈 내부 조직개편 불안감도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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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이 그룹 벤처투자(VC) 역량을 '신한벤처투자'(前 네오플럭스)에 집중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속도는 더딘 모습이다.
우선 과제는 신한캐피탈이 운용하는 전략적투자자(SI) 펀드를 신한벤처투자로 이관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한캐피탈과 신한벤처투자의 설립 형태가 다르다보니 펀드 운용사(GP)를 단순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첫 단추가 꿰이지 않다보니 인력·조직개편 관련 논의도 기약없이 밀리는 중이다.
기업금융(IB)업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 SI금융본부가 GP인 '원신한커넥트신기술조합(원신한커넥트펀드)' 1호와 2호를 신한벤처투자로 이관하는 방법을 두고 법률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신한벤처투자는 최근 스타트업 자문에 특화된 중소형 법무법인으로부터 변호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원신한커넥트펀드는 외부 출자자 없이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의 자금으로 조성됐다. 신한금융의 디지털 전환 등 사업적 시너지를 낼 스타트업 발굴이 주요 목적이다.
펀드 이관은 신한금융그룹의 VC 사업을 신한벤처투자로 몰아주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간 신한금융그룹 산하에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신한벤처투자 등 벤처투자 관련 계열사들이 다수인 데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신한캐피탈은 VC 호황기를 지내면서 신기술금융자산이 2019년 4400억원대에서 2022년 1조2300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 그 비중이 크게 늘었다. 그동안 ㈜두산으로부터 인수한 신한벤처투자의 존재감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어왔다.
원신한커넥트펀드의 GP를 신한벤처투자로 변경하고자 하지만, 실무진들의 고민은 깊은 모습이다. 신한캐피탈과 신한벤처투자는 각각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로 설립 형태가 다르다. 벤처투자법상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GP를 창투사가 맡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창투사인 신한벤처투자가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인 원신한커넥트펀드를 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신한벤처투자는 벤처투자조합을 별도로 설립하는 안도 검토했다. 해당 조합을 통해 원신한커넥트펀드가 보유한 구주를 매입해오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경우 원신한커넥트펀드에 출자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보유 지분 매각에 따른 차익실현을 하게 되면서, 세금을 내야할 수도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벤처투자조합을 설립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원신한커넥트펀드에 출자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은 그룹 사업재편 이슈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구주를 매각하게 되는 것"이라며 "통상 펀드를 이관할 때 LP들의 협조가 절실한데 계열사들은 향후 실현 가능 이익을 포기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상당히 번거로운 거래가 될 듯 하다"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 측은 "VC 사업의 주체를 신한벤처투자로 집중시키는 일련의 과정에서 신한지주가 양 측의 입장을 들으며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해당 펀드에 출자한 계열사들로 하여금 동의 여부를 물은 상황이 아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를 추려내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이 딜레마에 빠진 와중, VC업계는 해당 펀드의 구주가 시장에 풀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페이먼트 서비스 '트래블페이'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트래블월렛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래블월렛은 매달 1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시현하고 있고 이익창출력의 추이가 상승세인 점에 호평을 받고 있다. 불황을 겪고 있는 VC 업계 분위기 속에서도 지난 3월 시리즈C 투자를 비교적 순탄하게 유치하기도 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트래블월렛의 구주와 신주 가격이 동일할 정도로 VC 심사역들의 관심이 크다"라며 "구주를 매입하기 위해 기존 투자자들과의 접촉을 늘리는 움직임도 있다"라고 말했다.
펀드 이관 작업이 지연되면서 신한캐피탈 내부적으로는 불안한 기류가 포착된다. VC 사업 자체가 신한벤처투자로 집중되면 신한캐피탈 소속 VC 인력들 또한 해당 계열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조직 개편 관련 구체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금융그룹 측도 "펀드 운용 주체가 신한벤처투자로 변경된 이후 신한캐피탈의 관련 사업 규모가 축소되다보니 조직개편이 있을 순 있지만 이 또한 확정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한벤처투자가 최근 인력을 상당히 충원 중이다"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한캐피탈 쪽에는 계열 이동 관련 언급이 없다보니 소속 심사역들은 불확실성에 일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